야심찬 출발이었다. 8억400만 원의 개발비를 투입, 일단 생산에 들어간 한라수는 판매용기(容器)도 용량이 각각 다른 페트병 3종과 유리병 2종 등 모두 5종을 개발해 판매키로 했었다.
특히 용기 디자인 용역에만 개발비 8억400만원의 대부분인 8억 원이 들어갔다. 용기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의도가 엿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출시 이후 올해 6월까지 1년여 동안 팔린 한라수는 고작 66t, 매출액 6200만 원에 불과 했다. 매출액이 이 정도라면 순익은 보나 마나다. 손해를 봤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완전 헛발질이었다.
차라리 개발비 8억400만원을 은행에 정기 예금한 것만도 못한 물 장사였다. 더구나 에비앙, 볼빅과 승부를 걸겠다던 초기의 야심은 어디로 갔는지 지난 한 해 동안 수출 실적이 전혀 없다.
한마디로 지난 1년간 제주개발공사의 ‘한라수’ 사업은 실패였다. 제주도개발공사 측은 사업실패의 원인을 ‘내 탓’이 아닌 ‘네 탓’으로 돌리고 있다. 유통계약을 맺은 CJ오쇼핑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이 말이 맞다면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유통업체를 잘못 선정한 제주도개발공사의 책임은 더 크다. 때문에 1년간의 사업실패에 대한 책임은 유통업체에 있다기보다 역시 제주도개발공사 측에 있는 것이다.
제주도개발공사의 잘못은 또 있다. ‘한라수’는 개발공사가 오래전부터 시판 중이며 수출까지 하고 있는 ‘삼다수’와 같은 물이다. 다만 용기가 다르고 ‘프리미엄 한라수’라는 이름이 다를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 값은 비싸다. 이마트 소비자 판매가 기준 ‘한라수’는 500㎖ 1병에1100원이다. 일반 ‘삼다수’ 380원보다 3배가량 비싸다. 같은 생수를 용기와 이름만 바꿔 비싼 값에 시판하고 있으니 팔릴 리가 있겠는가.
이는 지방공기업이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며 내용물이 동일한 삼다수와 한라수를, 한 공기업에서 만들어 판매경쟁을 하는 것은 같은 사람의 왼 주먹과 오른 주먹이 서로 다투는 것과 다름이 없다. 한라수 사업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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