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부 갈등으로 민군복합항 예산 묶인 탓
도교육청 "국비 온다는데 우리가 할 순 없다"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사업이 추진중인 서귀포시 강정 인근의 중문중학교가 일선 학교의 입장에서는 '행운'이랄 수 있는 국비 지원을 마다하며 오히려 해당 사업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지난 2011년 학교 별관이 안전평가에서 'D' 등급을 받아 긴급 공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해당 국가사업이 지역-정부간 갈등으로 난항을 겪으며 그 속에 하나의 계획으로 삽입된 학교 시설공사가 몇년째 묶여버렸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지방비로 공사를 진행해 줄 것을 제주도교육청에 요청했지만 도교육청은 국비가 온다는데 굳이 지방비로 공사를 진행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도와 정부는 2012년 서귀포시 강정 일대에 민군복합항을 건설하며 부속 계획의 하나로 주변지역 교육환경 개선 현대화사업을 수립했다.
이에따라 중문중은 강정초와 더불어 64억원(국비 38억원, 지방비 26억원)을 지원받아 시설 현대화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중문중 별관이 안전평가에서 재난위험시설 판정(D등급)을 받은 것은 2011년. 이에 학교 측은 조만간 개축공사가 이뤄질 것을 기대했지만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사업이 주민 갈등 등으로 예산집행이 보류되면서 공사는 3년째 미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세월호 침몰사고로 안전사고에 대한 교육당국의 관심이 커지면서 중문중 별관은 결국 지난 6월부터 학생 출입이 금지된 상태다.
별관에 있던 과학실과 음악실, 가사실습실, 진로교육실 등이 폐쇄되자 교사들은 이번 학기부터 본관의 빈 교실을 찾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1일 학교를 찾았을 때에도 학생들은 컴퓨터실에서 과학수업을 받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특수 기자재가 필요한 실습 수업은 모두 중단된 상태다. 특히 올해부터 다양한 체험활동을 전제로 한 자유학기제가 시작되면서 특별교실 수요는 더욱 늘었지만 중문중 학생들은 언제까지일지 모를 겸용교실 사용에 따른 불편을 계속 감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급기야 중문중은 교실 부족문제를 더는 방관할 수 없다며 제주도를 찾아 해당 사업에서 중문중을 제외해줄 것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양영길 교장은 "앞서 여러번 사업 추진이 연기됐고, 내년 2월 내 임기가 끝나면 또다른 교장이 와서 관심을 갖는데 수개월이 걸려 학생 불편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며 "조만간 관련 기관을 찾아 해당 사업에서 우리학교를 제외, 제주도교육청을 통해 시설공사를 받을 수 있도록 요청할 예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에대해 도교육청 백홍기 시설과장은 "예산은 이미 확보가 됐는데 강정 주민들의 허락이 있어야 집행이 가능한 것"이라며 "조만간 주민설명회를 열어 중문중의 어려운 상황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