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일정 다르고 밤엔 같은 숙소 '쪼개기 편법'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교육부가 내놓은 '수학여행 지침'이 되려 일선학교의 편법 여행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가 '150명, 5개반 이상 숙박여행시 학생 50명당 1명의 안전요원 배치'를 의무화하자 학교들은 149명 이하로 학생을 쪼개 팀별 별개의 일정을 소화하는 '고육지책'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예 수학여행을 포기한 학교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교육부는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하자, 제주로 수학여행 오던 단원고 학생 다수가 희생된 점을 들어 '대단위 여행' 금지 지침을 내렸다. 또, 숙박여행의 경우 150명, 5개반 이상 여행시 안전요원을 학생 50명당 1명꼴로 배치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지침을 따를 경우 안전요원 배치에 따른 인건비와 소규모 숙박에 따른 비용 상승분을 학생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돼 일선학교의 고민이 적지 않은 상황. 학교들은 고심끝에 수학여행을 포기하거나, 학생들을 150명 미만으로 나눠 여행 동선을 다르게 짜는 편법 '쪼개기' 여행을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하고 있다.
실제 내달 22~25일 수학여행을 가는 A여고는 1학년 학생 476명을 116명씩 4팀으로 나눠 같은 코스를 시간대별 다른 동선으로 계획을 짰다.
또 다른 학교는 낮 일정만 다르게 잡은 뒤 저녁에 머물 숙소는 같은 곳을 선택했고, 더러는 팀별 여행일정을 다르게 짠 경우도 있었다. 나머지 학교들도 방식만 다를 뿐, 비슷한 쪼개기 방식을 차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아예 올해 수학여행을 포기한 학교도 도내 188개교 중 39곳에 달했다. 일부 소규모초등학교를 제외하고는, 모두 세월호 사고로 수학여행을 2학기로 미뤘다가 교육부 지침을 소화하기 힘들자 아예 계획 자체를 무산시킨 경우다.
취재중 만난 복수의 교사들은 "세월호 침몰은 배의 복원력 상실로 인한 것인데 마치 수학여행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되고 있다"며 "학교 현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교육부의 '책상머리' 정책이 여행의 즐거움을 반감시키고 있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