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르네상스를 꿈꾸며
新르네상스를 꿈꾸며
  • 제주매일
  • 승인 2014.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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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환(제주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회장)
난 오늘도 아이들에게서 감동을 돌려받는다. 미소가 절로 일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불과 서너 달 전에 연습실 문 앞에서 들어오느냐 마느냐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던 민우 녀석이 지금은 ‘신세계 교향곡’의 멋진 멜로디를 홀로 내고 있다.
기웃거리는 녀석을 붙잡고 이유를 물었더니 악기를 배우고 싶은 데 학원시간과 겹쳐서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엄마에게 말해 줄 테니 주말에라도 배워볼 것을 제안했다. 아이들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배우는 데에는 시간의 양의 중요치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음악의 문외한이던 내가 민우처럼 평일에 학원시간과 겹쳐서 악기를 배울 수 없었던 화북초 어린이들을 위해 주말마다 아이들과 합주연습에 메달린지 벌써 1년하고도 3개월이다. 악기를 처음 배우는 아이들을 위해 졸업생들을 재능기부 봉사활동으로 합류시켰으며, 학부모 클라리넷 교실과 플릇 교실을 열어 이제는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관악단으로 변모하고 있다. 
음악은 우리 인류에게 행복감을 주는 최고의 아이템이다.
합주 연습을 하는 우리는 연주 능력에 관계없이 자신이 마치 베를린 필이 된 듯 음악의 아름다운 선율을 그대로 느낀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할 때는 물론이고 심지어 일상생활에서도 지휘자 카라얀이 된 기분이다. 내게 클라리넷 운지법을 물었던 녀석이 어느 새 나를 훨씬 앞질러 있음이 뿌듯해지고, 해 맑은 표정으로 연습실을 들어서는 아이들의 행복한 표정에 동화되며 그들의 미래도 행복할 것이란 확신을 갖는다.
나는 행복한 음악의 세계로 아이들을 초대하는 메시지를 학부모들에게 끊임없이 보내왔지만 많은 분들이 아직도 묵묵부답이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 예체능을 놓아야 하고, 중학생이 되면 입시와 무관한 책은 읽을 수가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정치인, 교육당국, 학부모, 우리 모두가 대학입시가 추구하는 수치화된 평가방식의 서열 메기기를 포기하지 못한다.
미래에도 주입식 교육이 통할까? 인터넷 검색하면 다 있는 지식을 조금 더 많이 안다고 다를까? 머지않아 의사, 변호사, 회계사 같은 전문직도 아시아의 저임금 지식노동자를 앞세운 다국적기업 앞에는 대형마트 앞의 구멍가게다. 현재의 교육시스템을 바꾸지 못하는 한 육체노동자와 지식노동자를 공급하는 아시아 국가들과 진배없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물질적 풍요를 이룬 지금은 예술적, 감성적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시대를 이끌어 가며,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재능을 ‘디자인’, ‘스토리’, ‘조화’, ‘공감’ 등으로 들었다. 우리가 음악미술에 집중해야 할 이유고 제주가 달라져야할 이유다. 음악미술은 문화예술 공연을 통하여 관광산업을 활성화 시킬 뿐만 아니라 공연기획, 교육산업, 관련 물품의 제조와 공급 등 그 자체로 산업이 된다.
베네수엘라를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중심지로 탈바꿈시킨 국가음악교육시스템인 ‘엘시스테마’가 좋은 본보기이다. 유치원부터 청소년기까지 문화예술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생활체육 활성화와 함께 모든 마을에 체육관이 있듯 미술관과 음악관이 있다고 생각해 보라.
제주의 예술작품에 아름다움을 담은 ‘디자인’과 역사, 문화, 자연을 담은 감성적 ‘스토리’가 상호 ‘조화’를 이루며 인류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의 ‘공감’을 담아낸다면, 또한 제주에 오면 K-POP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민속문화를 한 장소에서 언제든지 볼 수 있게 된다면 가히 제주에서 신르네상스가 시작되고 있다고 말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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