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남자 있었다” 진술과 배치···혐의 가능성 ‘대두’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음란행위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확보한 사건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에 한 남성이 음란행위를 하는 장면이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해당 CCTV에는 관련 시간대에 다른 인물은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옷차림이 비슷한 다른 남성을 자신으로 오인한 것이라는 김 전 지검장의 주장과는 배치된다.
19일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국과수에 정밀 분석을 의뢰한 CCTV에는 한 남성이 휴대전화를 든 채 통화를 하며 사건 현장을 배회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관련 시간대에 다른 남성은 등장하지 않는다.
남성의 바지 지퍼는 열려 있었고, 음란행위라고 분명히 할 수 있는 장면도 잡혔다. 다만 이 남성이 김 전 지검장인지는 국과수 분석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하지만 김 전 지검장이 애초 주장한 것과는 달리 현장에는 피의자로 지목할 만한 다른 인물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 화면에 등장하는 남성이 김 전 지검장으로 특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김 전 지검장은 “산책을 하다 잠시 쉬기 위해 음식점 앞 테이블에 앉아 있었고, 당시 비슷한 인상착의를 한 남성이 앉아 있다가 먼저 일어섰는데 그 사람과 오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사에서 3분 거리인 음식점 앞에서 휴대전화를 보고 있던 중 경찰이 사람을 오인해 “황당하고 어이없는 봉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CCTV에 근거하면 김 전 지검장이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동생의 이름을 대는 거짓말을 한데 이어 또 거짓 증언을 한 셈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김 전 지검장을 현행범으로 체포한 뒤 바지 주머니에서 15cm 크기의 베이비 로션이 나왔으나 음란행위 기구가 아니었기 때문에 사진을 찍은 뒤 돌려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음란행위 의혹 해소의 열쇠인 국과수의 CCTV 정밀 분석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번 사건의 진위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에 의뢰한 CCTV 정밀 분석 결과는 이번 주 안으로 나올 것”이라며 “정밀 분석 결과에 따라 김 전 지검장을 추가로 조사할 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가 수사의 신속성과 공정성을 명분으로 징계 없이 사표를 전격 수리하면서 ‘꼬리 자르기’ 수순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지검장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사표를 수리한 것을 두고 혐의를 어느 정도 확인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김 전 지검장은 지난 13일 오전 0시45분께 제주시 이도2동의 한 음식점 앞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공연음란)로 경찰에 현행범 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