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적이지 못한 제주시 모충사 관리
민족적이지 못한 제주시 모충사 관리
  • 제주매일
  • 승인 201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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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건입동 사라봉공원 동남쪽 기슭에 위치하고 있는 모충사는 한말 의병들과 항일투쟁가 및 의녀반수 김만덕의 넋을 기리기 위한 사당이다. 경내에는 커다란 탑이 3개 우뚝 솟아있다. 중앙이 ‘의병항쟁 기념탑’이고, 좌우가 각각 ‘순국지사 조봉호 기념비’와 ‘의녀반수 김만덕의 묘탑’이다.
모충사는 1976년 도민 17만여명의 성금으로 세워졌다. 도민 스스로가 의로웠던 선조들을 모심으로써 제주인, 나아가 민족의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는 당위성에 공감한 결실이라고 할만하다.
그런데 민족의 정기가 서려있는 모충사에 일본이 원산지인 ‘가이츠카’ 향나무 수백그루가 여전히 식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일본산 향나무는 일제에 항거하다 목숨을 잃은 조봉호 기념비와 의병항쟁기념탑에 인접해 있어 논란을 넘어 비난이 일고 있다.
정말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만덕 할머니’도 이러한 사태를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조상들을 모신다고 하면서 어설픈 관리로 모욕만 드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일이다.
더욱이 기가 찬 것은 행정의 행태다. 제주시는 제거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한다. 광복회 등 도내 항일 유족회들이 “순국열사를 기리는 공간의 일본산 향나무를 제거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나 진전이 없다. 심지어 제주시는 관련 예산을 받고도 일본산 향나무는 몇그루만 제거하고 나머지를 ‘화장실 조성사업’ 등에 사용해 유족회의 원성을 산 ‘전력’도 있다고 한다.
이것은 아니다. 설령 “나무는 나무일 뿐”이라는 반대가 있어도 민족의 자존 입장에서 문제를 개선해야할 행정이다. 그런데 행태는 ‘민족적’이 못하다. 모충사 경내에 일본산 향나무가 식재되지 말았어야 했지만 더욱 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잘못이 있음을 알고도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들을 욕되게 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제주시의 ‘제거 불가’ 입장을 강력히 성토한다. 비용의 문제가 아니다. 도민과 민족의 자존을 세우는 일이다. 국립현충원도 같은 문제가 있어 지난 5월 일본산 향나무를 모두 제거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적극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행정은 유지·관리만 한다”는 공허한 핑계만 대지 말고 용역이 필요하면 용역을 하라. 자존은 스스로 지키고 세우는 것이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일본이 계속 망발을 하는 것도 우리가 준엄한 자존을 보여주지 못하는 데도 원인이 있을 수 있음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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