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버트 소령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다"
"길버트 소령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다"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4.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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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매일 박수진 기자]피비린내가 진동하던 6·25전쟁 당시 9살이었던 유인자 할머니(사진)는 인천에서 '전쟁고아'로 분류돼 군용기로 제주도까지 옮겨졌다. 그 후 할머니는 제주시 한국보육원에 수용되면서, '제주관악의 은인'이라 불리는 길버트 소령으로부터 처음으로 클라리넷을 배웠다.

할머니는 그 해 여름인 1952년 제주도를 방문한 고(故) 이승만 대통령 내외 앞에서 클라리넷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2010년 제주국제관악제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수소문 끝에 서울 성북구에 사는 유인자씨를 약 59년 만에 찾았다.

조직위는 길버트 소령의 딸인 '다이안 아놀드'가 '2014 제주국제관악제' 기간에 맞춰 제주에 온 만큼, 유인자 할머니 역시 제주로 초청하기로 결정했다.

유인자 할머니는 14일 길버트 소령의 딸인 다이안 아놀드와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아직도 소령의 얼굴이 선하다"고 이렇게 말했다.

유 할머니는 "소령은 초라하고 불쌍한 애들이지만 어느 누구도 마다하지 않고 사랑으로 감싸줬다"며 "늘 우리들을 아껴주던 선생님 이었다"고 밝혔다.

유 할머니는 이어 "나 역시 부모를 잃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었다"며 "소령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다이안 아놀드는 "아버지가 만약 살아계셨다면 올해로 102세"라며 "아버지가 하신일이 이 정도 일 줄은 제주에 와서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또 "아버지를 아직까지도 기억해줘서 너무 고맙다"며 "제주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년 전에 유인자 할머니가 명예도민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이안 아놀드 역시 명예도민이 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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