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주요 현안에 대한 정책결정 과정이 너무 '느슨하다'는 지적이다.
도가 제시하는 주민 여론 수렴은 '지나친 시간 낭비'로 비쳐지는 데다 김 도정의 특색인 신중함은 '결과를 내지 못하는' 상태를 낳는 탓이다.
이러한 우려는 행정계층구조개편 추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현행안인 '점진적 대안'외에 '혁신안'이 등장한 것은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도는 당초부터 '제주도는 혁신안을 해야 한다'는 정공법 대신 '혁신 대안중 하나를 선택한 이후 도민에게 현행안 중 고르도록 하겠다'는 방안을 취했다.
이에 따른 도민 설명회가 진행되는 동안 혁신안에 대한 비판이 봇물처럼 쏟아 졌지만 '혁신안은 이래서 좋다'는 호의적 설명은 도 공무원, 학계, 발전연구원 등 관계자를 통해 제시되지 못했다.
도의 당초 방침이 '중립'을 표방한 탓으로 한 관계자는 '할말은 많지만 나설 수 없는 처지'임을 실토했다.
또한 김태환 도지사는 도의 방향이 불확실하다는 비판과 관련,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일부에서 우유부단하다는 쓴 소리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제주도가 공개적으로 혁신안을 지지할 경우 도민 사회는 심각한 분열상을 나타내게 된다"며 이해를 구했다.
이러한 모습은 화순항 해군기지 문제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대책위 구성을 비롯해 21개 시민. 사회단체의 반대위 결성, 해군본부측의 중앙 절충 움직임 등 활발한 전개과정을 보이는 반면 제주도는 '주민 여론 수렴 중 혹은 제주발전연구원에 평화의 섬과 지역경제파급효과에 대한 분석자료 요청' 등으로 한발 물러 나 있다.
공직사회 대부분은 '지역경제'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현실 속에서 겉으로 보기에 제주도가 무관심한 듯한 자세로 일관하는 데 대해 도의 한 간부는 "제주도가 찬성한다고 나서면 반대 목소리도 조직화될 우려가 있다"는 분석으로 도의 입장을 대신했다.
하지만 행정계층구조 개편 작업은 결국 당초 혁신안 7, 점진안 3이라는 선호도를 지키지 못하고 2차 여론조사 결과 혁신안 54%, 점진안 41%라는 경우를 낳고 말았다.
이에 제주도는 오는 9월 정기국회 이전에 '주민 투표' 등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놓고 고민에 쌓여 있다.
밀어 갈려고 해도 '주민선호도'가 너무 근접해 있어 정 반대의 투표결과가 빚어지면 '특별자치도 추진'이라는 큰 그림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도청 관계자는 "우선 계층구조를 단층화해야 한다는 점을 주민투표 등으로 보장 받은 뒤 사회 각계각층을 참여시켜 단일안을 만들었으면 차라리 무난했다"면서 때늦은 후회를 했다.
화순항 해군기지 문제도 도를 중심으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행정기관을 포함한 지역주민, 지역내 단체, 전문 기관, 학계, 반대 의견을 가진 시민.사회단체 등을 통틀어 대책위를 구성하고 이 속에서 한 가지 결론을 도출해내는 것이 오히려 문제해결을 쉽게 한다는 분석이다.
'지역 주민의 여론수렴과 의견'을 무조건 존중한다는 원칙은 자칫 '도민 사이에 분열을 가져오게 될' 가능성이 크다.
도민들은 이와 관련 "사안별로 여론수렴과 신중함이 절대적으로 요청되기도 하지만 특정 현안은 발빠른 개입이나 주도가 문제해결에 더 나을 수도 있다"면서 제주도정의 '전략 수정'을 요구하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