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늦었지만
  • 제주매일
  • 승인 2014.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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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수(시인·前 초등학교 교장)
집 비웠다가 오랜만에 보는데 나무와 꽃들은 어린 애들 마냥 조잘조잘 솔직하게 말하였습니다. 통제 간섭 안 받아 사는 것이 재미있었다고 말입니다. 아저씨가 어쩌다 판단을 잘못하면 상체가 잘려나갔고 전신이 뽑혀나기도 했으며 수난 당했다 했습니다. 우리는 고달프고 슬펐다 했습니다.
나는 귀담아 잘 들으며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고지식해서 일방적인 고집으로 인해 내 방식대로만 그들을 대하여 그런 사실을 몰랐고 아픔도 못 느꼈다고 말입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저들에게 반성 할것은 반성하고 통사정할 것은 통사정 하려고 합니다. 
이들에게 인간미 넘치는 관심과 사랑도 없었고 통제와 간섭으로 톱과 전정가위를 들고 모양  내기에만 주력해 다듬고 옮기고 하였으니 함부로 했던 것을 깊이 반성합니다.
이러고 보니 남들에 대해서도 우리 아이들에게 대해서도 잘못했던 일들이 많았을 것이라 봅니다.
사람은 정신적인 발달이나 신체적인 발달이 일시에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일정한 순서에 따라 발달한다고 하는데 너무나 조급하게 굴며 자녀를 양육한 것은 아니었는지.
내 닦달에 이해가 어렵고 향상이 없었고 마음만 상하지나 않았는지. 그래서 학습이나 매사에 주의집중 안 되고 나쁜 결과만 초래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교직에 있을 때 노파심에서 아동들에게 체벌하지 않기를 자신에게 강조하며 사랑의 지도로 힘쓰려고 노력했던 생각도 납니다.
사랑은 생명력의 발현이다. 훌륭한 교육방법이다.
사랑의 4요소인 존중(친밀감) 관심(열정) 지식(올바른 판단) 책임(실행)이 조화를 이룰 때 사랑은 역동적인 힘을 발휘한다는 말을 믿고 그렇게 시도해보았던 일. 이는 아무리 시대와 문화가 변한다고 해도 올바른 가치관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사랑으로 점철된 뜻있는 교육을 받으며 성장해 가정과 사회 국가 발전에 공헌하는 사람들.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자기 몸을 희생하여 남의 목숨을 구해주는 거룩한 분들도 많은 세상인데 왜 그날은 그랬을까.
세월호 참사의 그날. 살려달라고 절규하는 청년학생들과 민간인들을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구조해줘야 할 사람들이 그저 바라보기만 하며 다른 일을 하는 척 하며 외면했던 모습은 정말 안타깝고 우리 모두를  씻을 수 없고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으로 만들지 않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햇살도 가다 더 이상 가지 못하여 발길 멈췄습니다. 깊은 충격으로 늪에 빠졌습니다.
겨우 일어선 햇살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서 만남을 이루려 하였습니다. 가서 그늘에서 어떻게 지내느냐 위로하고 따뜻하게 해 주려고 하였습니다. 숲이 우거진 곳, 꽃이 만발하게 피어 있는 아름다운 곳을 만들며 햇살의 희망을 부풀리며 그들과 함께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 꿈 이루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관계자들과 어른들의 잘못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학생들과 일반인의 운명에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도 무슨 말을 하여야 할지 몰라 하며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바동대던 몸부림 떨림 우리 헤어지지 말고 같이 머물며 함께 합시다.
 마주 서서 눈 맞춰 바라보면서 할 말은 많아도 말하지 않는다고 딴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님을 압니다. 너무도 억울해서 기가차서 할 말이 나오지 않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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