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에 도외 인사 역할론 의구심… 조직 슬림화도 ‘글쎄’
[제주매일 이정민 기자]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이 출범 후 첫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제주도는 12일 이번 인사에 대해 줄 세우기와 편 가르기 관행을 없애고 일로 승부하는 공직풍토를 만들어 나간다는 원칙 아래 일과 수요자, 그리고 능력 중심의 탕평 인사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민선 5기 우근민 도정에서 소외됐던 민선 4기 김태환 도정의 인물이 전면으로 부각되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타나는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이다.
실제, 제주도는 2급(이사관) 자리인 기획조정실장과 제주도의회 사무처장에 박영부 전 서귀포시장과 고경실 국제자유도시본부장을 임명하며 “민선 5기 도정에서 소외받았던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김태환 지사 시절 4급(서기관)으로 서귀포시장을 맡았던 박영부 기획조정실장은 2012년 1월 인사에서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로 중앙-지방간 전출 교류됐다가 원희룡 지사의 새도정준비위원회와 도정의 가교 역할을 하며 복귀, 이번에 3급(부이사관)으로 직급 승진한데 이어 2급 자리로 직위 승진까지 하며 한 번에 두 계단을 뛰어 올랐다.
고경실 도의회 사무처장도 민선 5기 우 도정이 출범하며 3년 여 동안 기획재정부와 국회 사무처 등에 파견되며 외곽을 돌다 지난 1월 ‘우 도정 마지막 인사잔치’에 제주도 본청으로 돌아왔고, 이번에 지방직 공무원이 최고로 오를 수 있는 2급(이사관)으로 승진했다.
또 이번에 임명된 김용구 특별자치행정국장과 오승익 문화관광스포츠국장, 양치석 농축산식품국장 등도 김태환 지사 시절 요직에 있던 인물들이다.
또 김태환 지사 재임 당시 4급(서기관)으로 승진하며 경제정책과장, 자치행정과장 등을 지내다 민선 5기에 도의회로 파견됐던 송진권 의회 총무담당관도 이번 인사에서 핵심 부서인 국제자유도시건설교통국장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민선 5기 도정에서 특별자치행정국장을 지낸 정태근 전 제주시 부시장은 최근 박재철 특별자치행정국장과 자리를 바꾸며 다시 본청 환경보전국장으로 옮겼고 우근민 지사가 임기 말 3급(부이사관)으로 승진시킨 김영주 전 비서실장은 제주발전연구원으로, 문영방 전 총무과장도 이번 인사에서 제주관광공사로 파견됐다.
도지사 직속으로 정책보좌관과 도서지역특보 등이 소속돼 도민 협치에 대한 보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협치정책실의 경우도 실장(4급)에 비(非) 제주 출신을 별정직으로 발탁해 대도민 협치 역할에 의구심을 낳게 하고 있다.
추진단(T/F)도 기존 8개에서 2개(공항인프라추진단, 민군복합형관광미항추진단)만 존치하고 나머지는 정리하기로 했으나 이번에 골목상권추진단이 추가로 존치되고 2개 추진단(1차산업경쟁력강화지원추진단 특별자치제도추진단)이 신설되며 조직을 슬림화 하겠다는 애초 계획을 무색하게 했다.
이와 함께 민선 5기 우근민 도정의 영향도 있지만, 5급(사무관) 승진자를 단 한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서기관 이상 직급 승진 역시 14명에 그치면서 새로운 얼굴로 새로운 원희룡 도정의 색깔을 입히는데 한계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