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여전히 기억해 줘서 고맙다"
"아버지를 여전히 기억해 줘서 고맙다"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4.0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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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관악의 은인' 길버트 소령 딸 '다이안 아놀드' 본지와 인터뷰
"아버지를 잊지 않고 기억해줘서 너무 고맙다"
"좋은 기분을 안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제주매일 박수진 기자]6·25전쟁 당시 유엔민간기구협력단체의 제주도 책임자였던 길버트 소령(Charles E. Gilbert)은 '제주관악의 은인'으로 불린다.

소령은 약 2년 동안 제주에 머물며 '전쟁고아'들로 구성된 한국보육원과 오현고, 제주중 등 학교관악대의 활동을 적극 도와 제주관악의 기초를 세우는 등 ‘관악의 씨앗’을 뿌렸다.

소령의 헌신적인 노력 때문인 걸까. 한국보육원악대는 평화와 희망을 연주하며 전쟁으로 피폐해진 민심을 달랬다.

제주도와 제주국제관악제조직위원회(위원장 김왕승, 이하 조직위)는 길버트 소령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주한미군대사관에 친서를 전달하는 등 '소령 찾기'에 본격 나섰다. 그렇게 2년 즈음 지났을까. 소령의 딸인 '다이안 아놀드'와 연락이 닿았다.

하지만 소령은 이미 세상에 없었다. 1988년 86세의 나이로 작고했기 때문이다.

제주도와 조직위는 관악으로 맺어진 길버트 소령과 제주의 인연을 소개하기 위해 '다이안 아놀드'를 '2014 제주국제관악제'에 초청하기로 결정했다.

국제관악제 참석 차 제주에 온 다이안 아놀드(사진)를 12일 오전 제주시내 모 호텔에서 만났다.

"우선, 아버지를 찾아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지난해 봄 조직위가 보내온 편지를 받았는데요. 너무 놀랐어요. 60년도 더 지난일인데 (아버지를)기억 하고 있었다는 것에 말이죠. 하늘에서 아버지도 기뻐하실 거예요."

한국에 처음 와봤다는 그. 제주에서 아버지가 남긴 흔적을 살펴본 심정이 궁금했다. 그는 아버지가 생각이라도 났는지, 인터뷰 중간 중간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오현단과 오현고를 찾았는데요. 아버지가 살아계신 것처럼 느껴졌어요. 또한 제주도 기자들이 아버지에 대한 기사를 많이 실어주셨더라고요. 번역을 해서 하나하나 꼼꼼히 읽었어요. 제가 모르고 있던 부분도 꽤 있었죠. 아버지를 새롭게, 그리고 더 많이 알 수 있는 계기가 됐죠."

소령으로 부터 전해들은 '제주'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지 물었다.

그는 "아버지는 가족들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한테까지도 제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며 "주로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생들이 절대음감도 가지고 있었고, 습득력이 빠르다고 얘기했다"며 "여러 악기를 제주에 가져오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다"고 설명했다.

소령은 1953년 미국으로 돌아가서도 역시 어려운 학생들을 위주로 음악을 가르쳤다. 이어 작고하기 1년 전까지 다방면에서 활동했다.

그는 "거듭 말하지만, 아버지를 잊지 않고 기억해줘서 너무 고맙다"며 "좋은 기분을 안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그는 이날 1970년 길버트음악관이 있던 오현단을 찾았다. 그 후 오현고를 찾아 오현고 관악대 학생들의 환송을 받았다.

그는 14일에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만날 예정이며, 관악경연대회인 U-13을 관람한다. 오는 16일에는 고향인 미국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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