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공연예술현장은 더 심각하다. 공연예술은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 기술이 발달해도 노동력이라고 하는 배우와 스탭들의 출연료는 절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산이 없어 무대를 축소하고 소도구조차 없이 공연해도 배우나 연주자를 줄이고서는 좋은 연극, 훌륭한 연주를 하기 힘들다. 더 안타까운 것은 예술하는 사람도 힘들지만 예술을 즐기는 관객층도 얇다는 것이다. 힘겹게 공연은 올라가도 즐기는 관객이 많지 않다보니 수익이 나지 않고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는 상황만 반복될 뿐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들의 메세나활동이 너무 반갑고 고맙다. 예술단체를 지원하는 ‘1기업1문화’와 ‘찾아가는 메세나’, 아츠 포 칠드런으로 상징되는 문화예술교육, 아쉬운 것은 이런 메세나 운동이 미술이나 음악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모든 예술의 기초라면서 가장 외면 받는 연극, 국악, 무용분야에서는 메세나는 아직까지 먼 별나라 이야기이다.
제주에서도 몇 년 전부터 제주메세나운동본부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굵직한 행사도 추진했다.
그러나 문화예술후원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메세나법)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하지만 아직은 피부로 느낄 수 없을 정도다. 몇몇 기업에서 지원하는 후원금을 또 몇몇 단체에 나눠주는 형태의 메세나도 고마운 일이지만 다른 형태의 후원, 늘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관객이 돼 문화예술의 성장을 지켜봐주는 후원이 절실하다. 우리 사회에는 개인의 마음과 능력만으로 혹은 몇몇이 힘을 모은다 해도 볕들게 할 수 없는 어두운 자리들이 많다. 하지만 인력과 자본력, 효율적인 시스템과 능력을 갖춘 기업들이 나서기 시작할 때의 결과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대단한 파급 효과를 지닌다.
3,4년 전으로 기억한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매월 둘째 주 목요일을 ‘문화와 만나는 날’로 운영하는 지자체가 있었다. 공무원들에게 ‘문화와 만나는 날’에는 오후 6시에 퇴근해 가족 또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문화공연을 관람하도록 했는데, 직원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실국별로 돌아가며 단체관람을 실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가족과 함께 문화를 향유하는 기회가 주어졌으니 가족들은 얼마나 고마워하겠으며 그 공무원은 또 얼마나 감사한 마음으로 일을 하겠는가, 또한 그 지자체에 있는 예술단체들은 또 얼마나 고무될 것인가, 아직도 시행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소식을 접했을 때 정말 깜짝 놀랐다. 문화를 아는 사람이구나, 메세나의 기능을 아는 열린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지자체 수장이 되었구나, 좋겠다, 부러웠다.
문화예술은 시대가 요구하는 트렌드란다. 문화는 그 자체가 삶의 질이고 하나의 산업으로서 이미 새로운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인정받고 있단다. 그렇다면 문화를 키우고 발전시킬 전략세우기가 급선무일 것이다.
기업들도 사회 공헌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지는 지원이 아니라 문화투자라는 인식전환, 물론 예술단체에서도 수동적으로 지원받는 차원이 아니라 주고받는 능동적인 관계임을 인식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인식전환이 선행될 때 더 많은 시너지가 생길 것이며 문화예술 현장은 그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썰렁한 공연장에서 내가 느끼는 고독은 절망이 아니라 또 다른 희망이길 간절히 빌어본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