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내 배움의 출발지가 이 곳이니 당연히 제주대에 기증을 해야지요. 컴퓨터 시대라지만 후배들이 제주인의 삶을 잊지 않는 데 내 민속품들이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제1호 사설박물관으로 알려진 제주민속박물관의 진성기 관장이 50년간 소중히 모아온 유물과 출판물, 사진 및 녹음자료 3만여점을 28일 제주대학교에 무상 기증했다.
진 관장과 제주대 관계자들은 이날 본관 3층 회의실에서 제주민속박물관 소장품 전체를 기증받는 협약식을 갖고 앞으로의 유물 활용 계획 등을 일반에 알렸다. 이 자리에는 지난 반백년간 아버지의 유물 사랑을 지켜봐 온 장녀 진영삼씨와 차남 진영택씨, 며느리 오경림 제주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가 함께 했다.
진 관장은 1936년생으로 제주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64년 한국 최초의 사립박물관인 '제주민속박물관'을 제주시 건입동에 건립, 이후 한 평생을 제주민속과 민속유물 수집·보존·정리에 바쳐왔다.
1958년 제주도민요집 출간을 시작으로 제주민속, 제주도 신화와 전설, 민요 등에 관한 30여권의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진 관장은 "3만여점의 사료를 안고 늘 고민해왔는데 제주대에 기증하게 돼 마음의 짐을 덜었다"며 "다만 이 사료가 보전에 그치지 않고 후배들이 제주인의 역사를 인식하는데 생생한 도구로 활용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 관장은 "기증 자료가운데 나무나 풀, 짚으로 만들어진 자료를 가장 중요시 여겨왔다. 제주인의 원초적 삶을 보여주면서 과학적 원리까지 담겨있어 '제주의 고려자기'라 생각한다"며 소장품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이어 "제주의 마을을 모형으로 재현하는 공간이 제주대에 있으면 후손들이 제주의 역사를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개인적인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제주대는 8~9월 중 제주민속박물관에 전시된 자료를 제주대 박물관으로 이전하고, 오는 10~12월 수장고에 보관된 자료의 목록정리 작업을 거쳐 내년초 완전한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이날 진성기 관장이 유물 기증 협약서에 이름 석자를 올림으로써 한국박물관 1호로 알려진 제주민속박물관도 설립 50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그간 진 관장이 온갖 어려움속에서도 발품과 손품을 팔아 한점한점 끌어모은 소중한 민속자료들은 앞으로 제주대 박물관의 상설전시를 통해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