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원인이 도전(道展) 운영권 이관을 둘러싼 제주예총과 제주미협 간의 갈등 때문이다. 운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두 단체의 싸움이 결국 제주도내 유일한, 그리고 전통 있는 신인들의 등용문인 ‘제주도전’을 파행으로 이끈 것이다. 과연 이것이 제주 예술인들의 진면목(眞面目)이라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파행의 발단은 제주미협이 과거 20년간 제주예총이 주관해 오던 ‘제주미술대전’을 자신들에게 이관해 달라고 요청한데서 비롯되었다.
이유는 응모작의 감소와 질 저하, 심사과정의 잡음 등을 바로잡기 위함일 뿐만 아니라 ‘도전’의 미협 이관이 전국적인 대세라는 것이다.
그러나 20년간 ‘도전’을 주관해 온 제주예총의 생각은 달랐다. 작품공모 범위를 지역에서 전국으로 확대함으로써 응모작의 양적, 질적 수준을 높여 발전적 계기로 삼겠다는 주장이었다.
‘제주도전’ 이관을 둘러싼 제주예총과 제주미협의 갈등은 드디어 각종 감정싸움으로 번졌고, 미협은 ‘범미술인 이관 추진위원회’까지 만들어 급기야는 올해 40회 ‘도전’에 작품 출품 보이콧 운동까지 벌였다.
이 여파로 제주미협 산하 각 분과는 한국화-서양화-조각-판화-공예-디자인 등 6개 부문에 출품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대학교 미술학부 학생들조차 작품 공모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미술계의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올해 첫 전국공모에도 불구하고 총 응모작품이 331점에 불과했다. 지역공모만 했던 지난해 39회 때보다도 36점이 모자라는 부진한 현상을 보였다. 특히 장르 별 응모작을 보면 더욱 어이가 없다. 한국화-서양화-판화-디자인은 각각 1~4점뿐이요, 조각은 아예 1점도 없다. 그나마 사진-서예-문인화 부문이 있었기에 총 출품수가 300점을 초과 할 수 있었다.
이것이 전국공모로까지 확대한 올해 ‘제주 미술대전’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는 예술인들의 갈등이 만들어낸 파행의 결과다. 예총과 미협의 가장 핵심적 다툼은 ‘미술대전’의 이관 시기다. 불과 1~2년의 이관 시기 이견(異見)을 극복 못해 파행을 불러들였다. 양측이 조금씩만 예술인다운 금도(襟度)를 보였어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