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 '친일파' 등의 용어를 쓰며 선거를 앞둔 정치인을 비방했더라도 '구체성'이 없다면 선거법상 후보자 비방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또 출마 후보자를 ‘미친놈’‘미숙아’라고 표현했지만 이는 악의적 표현에는 해당되지만 구체적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볼 수 없는 만큼 이 역시 후보자 비방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이날 17대 총선 전 한나라당 인터넷 홈페이 지에 박근혜 의원과 홍사덕 전 의원을 비방하는 글을 올린 혐의로 항소심에서 벌금 200만원이 선고된 박모씨(46) 사건에서 이 같이 판결한 뒤 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선거법상 후보자 비방죄는 피고인이 후보자의 당선을 방해할 목적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비방해야 성립하는데 이 때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과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과 달리 시간.공간적으로 구체적인 사실을 보고하거나 진술한 것으로 증거에 의해 입증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빨갱이나 친일파는 증거로 입증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닌 평가적 표현에 불과하고 '미친놈' '미숙아' 등도 과격하고 악의적인 표현이긴 하나 구체적으로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지난해 3월 14차례에 걸쳐 박근혜 의원과 홍사덕 전 의원에 대해 '빨갱이' '친일파' ‘미친놈’ '미숙아' 등의 표현이 담긴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모두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