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매일 고재일 기자] 서귀포시가 이미 조성된 예술의 거리에서 ‘유토피아로(路) 사업’이나 ‘예술의 섬 프로젝트’, ‘작가의 산책길과 문화예술디자인 시장’ 등 이름만 다르고 성격이 유사한 중복투자를 해 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이다.
17일 제주도의회와 서귀포시 등에 따르면 칠십리시(詩)공원과 자구리공원, 이중섭거리 등을 잇는 4.3km 구간은 2012년 작가의 산책길로 지정된 데 이어, 같은 해 정부로부터 ‘유토피아로’로 선정돼 15억 원(국비 5억 원, 지방비 10억 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지난해에는 ‘기쁨 두 배 프로젝트’로 2억5000만원과 올해에는 ‘예술의 섬 프로젝트’ 예산으로 7억 원이 추가로 배정됐다.
그러나 해당 사업들은 차이점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거의 유사한데다 18억 원 이상이 경상경비로 지출됨에도 불구하고, 사업비의 95% 가량이 모두 작품설치비로만 쓰여진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똑같은 구간(거리)에 이름만 다른 유사한 성격의 사업이 추진되며 매년 예산만 지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작가의 산책길’로 상표 등록된 곳에 다시 ‘유토피아로’라는 길로 중복해 상표 등록을 해 외려 방문객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의회 김용범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서귀포시 정방.중앙.천지동)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상표등록이 된 작가의 산책길 공간 안에서 ‘유토피아로’라는 길을 다시 만들어 상표 등록하고 예술작품선정에 2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고 질타했다.
특히 “상표등록을 통해 ‘작가의 산책길’과 ‘유토피아로’를 이원화해 탐방객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며 “안내판이 중복 사용 돼 작가의 산책길 인지도가 약화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작가의 산책길은 서귀포시가 자체 추진했던 사업이고 유토피아길 조성은 정부의 사업에 응모해 선정된 것”이라며 “사업들의 성격이 유사해보이지만 내용은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