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한 어린이 떡 빼앗아 먹기
‘다섯 살 영이가 호떡 한 장을 들고 있었다.
그것을 보는 열 다섯 철이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입안에는 군침이 감돌았다.
영이에게 호떡으로 “특별하고 맛있는 떡을 만들어 주겠다”고 어르며 꼬드기기 시작했다.
순진한 영이는 호기심이 발동했고 호떡을 건네줬다.
철이는 처음에는 ‘달떡’을 만든다고 했다. 호떡의 가장자리를 빙 둘러 조금씩 뜯어먹고는 ‘달떡’이라고 했다.
다음에는 ‘별떡’이었다. 달떡을 각지게 후비어 파먹으며 별 모양을 만든 것이다.
그것을 보던 영이의 눈에는 물기가 고였다. 입술을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씰룩거렸다.
그래도 철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말 맛있는 ‘꿀떡’을 만들어 주겠다”며 나머지 호떡을 꿀떡 삼켜버린 것이다.’
왕왕 변형되어 인용되었던 우스갯소리다. 물론 지어낸 이야기이기는 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그냥 우스개로만 흘려버릴 수 없는 씁쓸한 풍자가 가시처럼 엮어졌다. 그것은 우리가 경험하는 시대적 패러디다.
특별한 것도 없는 ‘특별 대우’
지금 ‘제주도와 제주사람’이 겪고 있는 현실이 바로 이 같은 ‘호떡 상황’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제주도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겠다”며 얼러왔다. 그러나 그것은 어르고 뺨 치기’였다.
지난 1964년 이래 제주도는 국가전략의 실험장이나 다름없었다. ‘표본실의 청개구리’였을 뿐이다.
명멸했던 여섯 차례의 종합개발 계획과 네 번의 자유도시 안들을 꺼내 들 때마다 입으로는 ‘제주에 대한 특별 대우’였다.
1991년의 ‘제주도 개발 특별법’을 보자. 이는 제주도를 특별하게 개발해 준다면서 제주도를 ‘특별 토지 투기 지역’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투기꾼들에게 투기의 난장(亂場)만 만들어 준 꼴이다.
2002년의 ‘제주국제자유도시 특별법’은 어떤가.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국제자유도시를 만든다?”. 천만의 말씀이다.
특별법 시행후 지난 3년가까이 정부가 한 일은 제주에 대한 ‘특별한 대우’가 아니었다. ‘특별한 홀대’를 위한 준비를 했을 뿐이다.
인천.부산.광양 등을 경제특구로 지정하고 수도권과 충청권 이외에 기업도시 및 혁신도시 등을 건설하겠다는 것은 타지역을 제주에 비해 투자유치의 수월성과 우월성을 담보해주고 경쟁 매리트를 더 보태준 것이 아닌가.
이것이 제주에 대한 특별 대우 일수는 없다.
행정계층구조 개편의 허구성
이 뿐만이 아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또 무슨 특별한 교언영색(巧言令色)인가.
민주적 절차나 최소한의 여과 기능도 없이 대통령의 한 말씀이나 정치권의 헛 기침 한번에 머리 조아리며 국내법을 뛰어넘는 위헌적 실험조치들은 만들어 낸다면 이것이 민주적 절차의 풀뿌리 자치기능일 수는 없을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전제조건으로 진행되는 제주도 행정계층구조 개편안도 그렇다.
이것을 제주특별 자치도의 전제조건으로 포장하는 것은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옹’식이다. 순진한 제주도민을 우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제주도를 특별히 생각해서 진행시키고 있는 것이 아니고 지방행정체제 개편이라는 당정의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우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자방행정 체제 개편방안이 바로 그것이다. 정치권의 정략적 차원에서 제주도를 ‘실험용 쥐‘로 활용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다면 ‘제주특별자치도’는 ‘실험용 특별자치도’이거나 ‘특별하지 않은 특별자치도’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은 누더기나 다름없는 보통자치도가 아닌가.
이를 거슬러 오르면 제주특별자치도와 함수관계로 엮어질 수밖에 없는 그 이름도 황홀한 제주국제자유도시 역시 특별하지 않는 자유도시로 퇴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도민정서를 부추겨 장미 빛 환상만 심어주고 제주를 외래자본의 게걸스런 탐욕의 대상으로만 키우려는 것은 특별대우 일수 없다. 그것은 제주도민과 제주의 역사에 대한 반역일 따름이다.
제주가 언제까지 ‘특별 대우’라는 교언(巧言)에 휘둘리며 ‘영이의 호떡’처럼 수탈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