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 년간 제주사회는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네편과 내편으로 나뉘어 갈등이 생기고 공직 내부에도 파벌이 형성돼 각종 부작용을 초래 했다. 그래서 이번 6·4선거 몇 달 전부터는 이른바 ‘제주판 3김시대 청산’요구가 분출했고 아울러 세대교체바람이 불어 닥쳤다.원희룡 지사의 당선에 1등 공을 세운 것은 선거 캠프나 주변사람들이 아니라 ‘3김 청산’과 세대교체를 요구하는 ‘바람’이었다.
원희룡 지사는 이점을 간과(看過)해서는 결코 안 된다. 물론 원(元) 지사의 고충을 모르지 않는다. 신임 지사로서 공기업과 출연기관-단체장들을 전문성과 능력에 기준을 맞춰 대거 교체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서 얻는 공익(公益)과 20여 년 적폐를 없앰으로써 얻는 제주도정의 신뢰회복을 놓고 볼 때 후자 쪽이 제주의 미래를 위해서 훨씬 얻는 게 많을 것이다.
따라서 원희룡 지사는 공기업-기관-단체장들의 임기를 100% 보장해 주는 게 협치 행정에도 맞고, 인사 탕평책에도 맞다. 그리고 기관-단체장들은 임기제 아닌가. 아무리 지사에게 인사권이 있다 해도 제도적으로 임기제를 채택했다면 그것을 보장해 주는 것이 정상적이다. 민형사상 책임이 있거나 워낙 큰 실책이 없는 한 그렇다는 얘기다. 그래야 공기업이나 기관 단체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가 있는 것이다.
도지사가 갈렸다고 해서 기관단체장들을 마음대로 갈아치운다면 뭐 하러 임기제를 택했겠는가. 그럴 것이면 차라리 “지사가 바뀌면 공기업-기관-단체장들도 당연히 새로 임명한다”는 규정을 만들어버리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원희룡 지사는 공기업-기관-단체장들에게 사표를 제출 받는 고민에서 헤어나 전원 임기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이것이 도민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그렇게 했을 때 그것은 아마 원희룡 지사의 제주 20여년 적폐를 타파한 협치 행정 성공 제1호가 될 것이다. 반면 그렇지 못 할 때는 협치가 초장부터 큰 위기를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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