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여일 전 4명의 공무원들이 공영(公營) 관광지 관리사무소 공금 2750만원을 빼돌렸다가 적발 되더니 그제는 일선 읍사무소의 상수도 검침원까지 체납 상수도 요금 791만 원을 수금해 가로챘다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수도 검침원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지역 주민 30여 명으로부터 밀린 상수도 요금 791만 원을 받아 유흥비 등으로 탕진해 버렸다니 횡령자체도 문제려니와 공금을 갖고 유흥가나 드나드는 품행자체도 적절치 못하다.
공무원 비리가 만약 이 정도뿐이라면 아무리 공직사회라 하더라도 100% 맑을 수만은 없지 않으냐며 위안이라도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2년여 동안 제주에서 꼬리를 물고 벌어지고 있는 공무원비리에는 백보를 양보하더라도 “공직기강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는 호된 비판을 가하지 않을 수 없는 게 또한 현실이다.
오죽해야 제주도 청렴도가 2012년 전국 꼴찌, 2013년 전국 최 하위권을 기록, 마치 ‘부패도(腐敗道)와 같은 창피한 인상을 남겼겠는가.
연속 2년 동안 제주도가 청렴도 꼴찌와 하위권을 기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공금횡령-보조금비리-농민 44명에게 16억 원대 사기 행각-시간외 근무 수당 빼먹기-건축 민원·도로공사 관련 뇌물 받기-상하수도 특별회계예산 유용-개발업자에 돈 받기, 심지어 비리를 눈감아 준 상급자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비리 유형과 비리 공무원 직종이 각양각색 다양하다. 심하게 얘기하면 공직사회가 무슨 ‘비리 백화점’ 같은 생각이 든다.
이번에 터진 공영 관광지 예산 빼 돌리기와 체납수도료 횡령사건도 이러한 선상에 놓고 볼 때 가로챈 금액이 비교적 적다해서 가볍게 볼 일이 결코 아니다. 만연되고 있는 제주공직사회의 부패해 가는 병리현상으로 사건을 보아야 하며 대응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금전적 공금 손실이 문제가 아니다. 공직사회의 정신적 피폐와 무너져 가는 기강이 더 큰 문제다.
이제 막 취임한 원희룡 지사는 모든 업무에 가장 앞서 공무원들이 잃어버린 청렴 정신 회복과 흐트러진 공직기강 확립에 재빨리 나서야 한다. 제주 공직사회의 비리와 무너진 기강이 앞으로도 계속 된다면 원희룡 지사는 도정을 이끌어 나가기가 어려워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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