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가야금의 매력 세상에 알리는 사람"
"내 꿈은 가야금의 매력 세상에 알리는 사람"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4.0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꿈을 찾아 나선 아이들] 10. 가야금 명장 꿈꾸는 제주중앙여고 3학년 오현지 학생

전교 10등 우등생, 하지만 내 길은 음악
여백 음 뽑아내는 왼손 기법이 가장 어려워
나이들수록 공력 생겨, 언젠가 명장되고 말 것

지난 21일 오현지 학생이 송인길 전 국립국악원 예술감독에게 개인 레슨을 받고 있다. 장맛비가 내려 무더운 날씨였지만 오 양은 흐트러짐없이 스승의 조언 한마디한마디를 경청했다. 문정임 기자
인터뷰가 끝나고 오현지 학생이 가야금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문정임 기자
▲새색시와 닮은 가야금 선율

▲새색시와 닮은 가야금 선율

여름장마가 막 시작된 지난 21일, 제주도문예회관 인근 옛 코스모스 악기사가 있던 건물을 찾아 2층으로 올라가자 적막 속에 맑은 가야금 소리가 퍼져나오고 있었다.

백발의 스승과 어린 제자가 2보의 거리를 두고 마주하고 앉았다. 소리가 나오는 사이사이 스승이 입을 뗐다. "왜 이렇게 빨라져. 자꾸 늦춰줘야지, 휘모리할 때 더 침착해야 해" 제자는 바지런히 손을 움직여 음을 뽑아내는 와중에도 스승의 말을 놓칠라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다.

오늘의 주인공, 가야금 명장을 꿈꾸는 제주중앙여고 3학년 오현지 학생이다. 원래 음악을 좋아했던 오 양은 중학교 시절 가야금을 취미로 익혀오다 배울수록 웅숭깊어지는 소리의 매력에 반해 전공을 결정했다. 지금은 수시입학을 앞두고 하루 8시간씩 꼬박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지난 5월에는 한국음악협회 제주도지회(회장 윤정택)가 개최한 제23회 제주전국학생음악콩쿠르에서 전체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국악 부문에서 대상이 나온 것은 23년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실력이 있고 본인이 열심히 소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내 꿈은 가야금 전도사

가야금은 기분좋은 소리를 낸다. 깊고 맑고 울림이 좋다.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 늦게 도착한 새색시가 사뿐사뿐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가야금은 긴 통을 따라 12개의 줄이 있고, 줄 가운데쯤 기러기의 발과 닮은 '안족'이 줄을 받치고 있는 형태다. 안족을 사이에 두고 연주자의 왼손과 오른손이 자리하는데 오른손은 음을 내고, 왼손은 느낌을 낸다. 전통의 느낌은 왼손에서 살아난다. 그래서 왼손으로 줄을 누르고 흔들고 찍고 밀고 구르는 여러가지 연주 기법(시김새)를 현을 희롱한다는 의미로 '농현'이라고 한다. 오 양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기술을 넘어 전통음악의 여백을 이해하는 나이가 돼야 손이 저절로 움직인단다.

음악이 좋아 가야금을 선택했지만 고교 진학을 전후해 아버지와의 갈등이 적지 않았다. 제주서중에 다니던 시절 전체 700여명의 학생중 10등 안팎에 들만큼 공부를 잘 했다. 음악을 뒷바라지하기에 그리 여유있는 형편도 아니었다. 지금 오 양이 연주하고 있는 가야금은 중요무형문화재 악기장 고흥곤씨가 만든 것. 1500만원에 구입했다. 여기에 주말이면 국립국악원 예술감독 출신의 송인길 스승에 사사하는 수업료까지. 머리좋은 딸을 공부 시키고 싶은 아버지와 그래도 음악이 좋다는 딸의 갈등에 부녀가 목소리를 높인 날도 많았지만 결국 아버지가 딸의 바람을 들어주기로 했다.

오 양의 꿈은 평생 가야금을 연주하는 사람, 그리고 평생 가야금이 얼마나 매력적인 악기인지를 알리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국악을 막연히 고리타분하다고 보는 인식이 싫어요. 듣지도 않고 보지도 않고, 옛날 것으로 치부해 버리잖아요. 지난 삼일절에 서울대 국악학과 학생들이 명동으로 가 아리랑을 국악기로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플래시몹'을 했어요. 음악도 알리고 국가 행사에도 참여하고 참 의미있지 않아요? 저도 대학에 가면 국악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에 열심히 참여할 겁니다"

오 양은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세 곳의 수시 합격을 목표로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가끔은 내 고집으로 결정한 진로에 더럭 겁이 나기도 하고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뭔가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항상 오 양을 긍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대학 입학 후에는 우리나라 국악의 고장 전라도부터 여행을 해보는게 꿈이다. 명장들만이 가지고 있다는 '섬세한 농현'이라…. 나이가 들면 공력이 생긴다고 하는 그 이야기를 오 양은 우선 가야금이 생겨난 지역과 지역민의 역사, 문화를 이해하는 것에서 먼저 채워가볼 요량이다. <끝>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