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자료 신뢰성 떨어져···폐쇄·이전 방안 요구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 제주지역에 설치된 기상청의 일부 기상관측시설이 정확한 자료를 수집할 수 없는 부적정한 장소에 설치, 운영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로 인해 기상관측시설에서 측정한 기상 자료의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13일부터 12월 24일까지 공직자의 직권남용이나 계약관련 비리 등에 중점을 두고 공직비리 기동 점검을 벌인 결과를 22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기상청은 2007년 5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제주지역에 51개의 USN 기반 기상관측시설을 설치해 운용하고 있다.
기상관측표준화법에 따라 기상관측시설을 설치할 경우 정확한 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장소에 설치해야 하고, 기존에 설치된 시설의 관측 범위와 중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기상청이 2008년 서귀포시 지역의 한 마을회관에 설치한 기상관측시설의 경우 2001년에 설치된 시설에서 불과 1.1km 거리에 있어 관측 범위가 중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주변에 에어컨 실외기와 방송 장비가 있는 등 관측 환경이 열악한 데도 부지 확보가 용이하다는 이유로 마을회관 옥상에 시설을 설치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또 같은 해 서귀포시 지역 도로변에 설치된 시설은 주변에 제주도에서 설치한 비슷한 시설이 있는 등 관측 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서귀포시 지역의 한 초등학교 옥상에 설치된 시설의 경우 주변에 대형 물탱크가 있는 데다 관측 장소도 협소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처럼 기상청은 제주지역에 51개의 기상관측시설을 설치하면서 건물 옥상 등 부지 확보가 쉬운 장소를 위주로 설치, 26개의 시설을 부적정한 장소에서 운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기상관측시설에서 측정한 기상 자료의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아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일부는 폐쇄할 계획이어서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기상청장에게 기상관측시설 중 관측환경기준에 미달된 곳에 설치되거나 기존에 설치된 시설과 중복 운용되고 있는 시설에 대해 폐쇄 또는 이전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또 앞으로 기상관측시설을 설치할 경우 정확한 기상 자료를 수집할 수 있고, 기존에 설치된 시설과 관측 범위가 중복되지 않는 곳에 설치할 수 있도록 업무를 철저히 할 것을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