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매일 신정익 기자] 동북아 요충지로서의 제주의 잠재성이 경쟁도시인 인천 등에 밀리고 있어 중앙정부를 설득하기 위한 치밀한 논리 개발과 함께 개방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내부혁신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병준 참여정부 대통령 정책실장(현 국민대 교수)은 “제주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확보와 제주사회 내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일 제주상공회의소(회장 현승탁)와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회장 김영진) 주최로 제주시내 KAL호텔에서 열린 ‘제60차 제주경제와 관광포럼 세미나’에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제주’라는 주제강연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제주발전이 내재적 요인보다는 ‘외생적 요인’에 의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앙정부의 권한과 역할이 큰 중앙집권적 국가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전제,“특히 일부 지도자의 특별한 관심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경우도 많다”고 소개했다.
그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볼 수 있었던 관료사회 등의 제주도에 대한 소극적 태도를 예로 들었다.
그는 중앙정부가 이러한 관심과 의지를 계속 표명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가 내세운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는 다른 지역의 정치적 입김이 강한 상황 속에서 제주도가 지닌 강점이 조금만 약해져도 그 관심과 의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동북아 요충지로서의 잠재성이 인천을 중심으로 한 지역 간 경쟁에서 크게 밀리는 상황이 이를 반증하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두 번째는 중앙정부가 관심과 의지를 보인다고 해도 실제 크게 해 줄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지도자의 힘이 과거와 같지 않은 데다 재정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처럼 달라진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나름대로 제시했다.
먼저, 지금과 같이 중앙정부의 의지와 관심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는 것을 들었다. 그는 “규제개혁이 논의되고 있는 현 시점은 대단히 중요한 기회”라고 전제하고 “규제개혁의 우선적 대상이 섬으로 떨어진 제주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힘이 아니라 논리로 중앙정부를 설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재정적 지원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모조건 더 달라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가 뛰는 만큼 받을 수 있게 해 달라는 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부가가치세의 배분 구조 등에 있어 지금의 제도는 잘못된 부분이 많다. 국세가 더 많이 제주도에 배분되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제주도 그 자체가 하나의 혁신사회가 되기 위해 개방성과 다양성을 강화하고, 사회적 통합성과 지역 시민사회의 공적인 관심과 기여도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의 강점은 동북아의 요충지가 될 수 있는 지리적 여건과 천혜의 자연환경과 관광자원”이라며 “섬이라는 지리적 조건도 과거에는 발전을 제약하는 요인이 되어 왔지만 오늘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긍정적 요소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북아의 요충지라는 강점은 경제자유구역과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이 생기면서 무한경쟁을 벌여야 하는 조건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급변하는 주변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향후 북한의 개방 등 다양한 변화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늘 강점이 될 수는 없다”며 “최근 동북아지역의 큰 흐름을 이루고 있는 민족적 가치의 강화도 적지 않은 위협요인이 된다”고 무한경쟁 체제에 대한 준비를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제주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중앙 정부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불러일으키고 제시해야만 중앙정부의 도움을 지속적으로 받고 제주가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정부에 대한 명분있는 지원 요구도 주문했다. “재정적 지원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무조건 달라는 식에서 벗어나 제주가 노력한 만큼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정부도 지원 명분이 선다”는 얘기다.
그래야 대정부 절충과 지원, 제주 발전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원활하게 작동하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또 “지방정부와 지역지도자들은 제주의 미래에 대해 좋은 구상을 할 수 있는 예술가(artist)가 돼야 하고, 그 구상을 다듬어 내는 손재주 있는 장인(craftsman)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도가 가진 한계를 감안해 새로운 기획을 할 수 있는 인물을 모으고 접촉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병준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 지방분권의 전도사로 대통령자문 지방분권위원장, 대통령(청와대) 정책실장, 정책기획위원장을 지내면서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는데 핵심역할을 했다.
[제주매일 신정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