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유골을 740명의 한국인 청년병사들과 함께 묻어달라"
"내 유골을 740명의 한국인 청년병사들과 함께 묻어달라"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4.06.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후지키 쇼겐.
[제주매일 박수진 기자]"내가 숨을 거두고 이승을 떠나게 되면, 내 유골은 대한민국 제주도에 있는 제주국제평화공원 조성지에 묻어 달라. 또한 오키나와에서 돌아온 전우들의 영혼들과 함께 편안히 잠들 수 있도록 도와달라."

지난 4월 8일. 한국인 청년 병사들을 위해 일본에 위령탑을 세운 '후지키 쇼겐'이 숨을 거두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쇼겐은 이 말을 끝으로 지난달 31일 영면했다.

쇼겐과 청년 병사들의 인연은 태평양전쟁이 발발하던 194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740명의 한국인 청년병사들은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오키나와의 마지막 격전지로 끌려왔다. 당시 일본학도병 지휘관으로 참전했던 쇼겐은 청년병사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했다.

쇼겐은 눈 앞에서 청년 병사들의 죽음을 지켜봤다. 청년병사들의 유골을 수습하던 쇼겐은 영혼만이라도 고국의 품으로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전쟁이 끝나자 쇼겐은 청년 병사들을 기리기 위해 모금활동을 전개, 1975년 오키나와에 한국인 위령탑을 세웠다. 또 쇼겐은 위령탑을 한국에 돌려주려는 운동도 진행하기도 했다.

쇼겐의 뜻에 공감한 한국과 일본 양측은 지난해 11월 3일 제주라마다 호텔에서 'Let's Peace 한일공동위원회(초대회장 김원하, 이하 한일공동위원회)'를 발족했다.

창립회에 참여한 쇼겐은 이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청년병사들은 일본에서 죽었지만, 이 생지옥 같은 곳에서 뼈를 묻고 싶지 않다고 했다. 혼이라도 꼭 조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간절하게 소망하던 그들과, 오키나와에 있는 한국인 위령탑을 '한국'으로 보내는 일이 내가 죽기 전에 꼭 이뤄야 할 소명이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오키나와 재일 한국인 민단에서 오키나와 한국인 위령탑 제주이전 반대성명을 냈다. 쇼겐은 이 후 정신적인 충격을 받으며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 지난달 31일 세상을 떴다.

장례식은 지난 2일 동경 니흔바시에 있는 다이안 라구지에서 제자들과 가족들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가족들은 고인의 유지를 받들여 지난 7일 유골을 한국으로 가지고 왔다. 그의 유골은 현재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에 위치한 선운정사에 안치됐다.

김원하 초대회장은 "쇼겐의 국경을 초월한 우정과 숭고한 전우애를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한다"며 "앞으로 오키나와에 있는 한국인 위령탑을 제주로 이전하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한국인 희생자들의 영혼도 모셔와 쇼겐의 유골과 함께 '제주국제평화공원'에 함께 안치시키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의 49재는 다음달 18일 제주 선운정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