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차량 할부금 남아···심리 안정 대책도 필요”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 “세월호 침몰로 생계 수단인 화물차를 잃은 지 두 달 만에 운전기사들에 대한 지원 대책이 마련됐지만 당장은 차량을 새로 구입할 여력이 없어 그저 막막할 뿐입니다.”
정부가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 화물차량을 잃은 운전기사들이 생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
무이자로 화물차 구입 자금을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운전기사 대부분이 영세업자로 새로 구입할 여력이 없는 데다 일부는 기존 차량의 남은 할부금을 내고 있어 여전히 막막한 상황이다.
특히 사고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운전기사들도 있다 보니 심리 안정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생계형 운수 사업자가 화물차를 구입할 때 무이자로 7000만원까지 지원하고, 침몰 차량의 할부금이 남아있다면 3개월간 납부를 유예할 계획이다.
또 차를 새로 구입할 경우 취득세와 자동차세 납부를 연말까지 면제하고, 공제조합 가입 사업용 차량은 보험료를 1년간 무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세월호에 타고 있다가 가까스로 구조된 화물차 운전기사 고성태씨는 정부의 이 같은 지원 대책에 대해 “조금 더 빨랐으면”이라는 말로 아쉬움을 내비쳤다.
고씨는 “사고 이후 두 달이 다 되도록 일을 하지 못해 생계가 어렵다”며 “어쩔 수 없이 할부로 화물차를 구입해야 하지만 기존 차량의 할부금도 남아 있어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 차량에 대한 보상을 언제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래도 이번 지원 대책으로 생계 걱정을 조금은 덜게 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화물차 운전기사인 홍태철씨는 차량을 새로 구입한다고 하더라도 상당수가 정신적인 충격을 경험한 만큼 생업에 복귀하기가 어려운 상태라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홍씨는 “정부의 지원 대책이 반가운 건 사실이지만 운전기사들의 심리 안정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며 “많은 동료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이번 지원 대책이 분명히 도움이 되는 기사들도 있고, 그러지 않은 이들도 있을 것”이라며 “현재 기사들이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닌 만큼 이를 고려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세월호 침몰 사고로 피해를 본 생계형 화물차 운전기사는 49명으로 추정되며, 이 중 제주도민은 20여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