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개그프로그램 '코미디 빅리그'에서 가정부 '보성댁' 역할로 출연하는 개그우먼 이국주(28)의 차 내부 풍경이다.
'의리 사나이' 김보성을 재연한 이국주의 '보성댁'은 시청자들을 배꼽 잡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온 사회에 '으리(의리) 열풍'을 불러왔다.
자신도 이렇게까지 큰 인기를 예상했을까. 최근 '의리 남매' 김보성과 이국주를 차례로 인터뷰했다.
이국주는 "보성댁이 이렇게까지 뜰 줄 전혀 몰랐다. 어안이 벙벙하다"면서 "사람들이 그냥 웃고 넘어갈 수도 있는데 SNS에 글을 올리고 흔적을 남길 때 떴다는 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보성댁'은 이국주를 비롯한 개그우먼 3명이 작년말 머리를 맞대고 새 코너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다른 개그우먼 2명이 외국인 아줌마와 할머니 캐릭터를 선점했다.
이국주는 "저는 안 해본 캐릭터를 하자고 생각하니 중성적 이미지의 여성이 떠올랐다"며 "남성적이고 터프한 캐릭터를 생각하던 중 '남자하면 의리지'하고 까불다가 보성댁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연예계 대표적인 '의리남'하면 최민수도 있는데 이국주는 왜 김보성을 택했을까.
이국주는 "최민수 선배는 남녀 개그맨들이 많이 따라했지만 김보성 선배를 흉내 낸 사람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면서 "김보성 선배를 흉내 내는 것이 저한테 좀 더 맞았다"고 설명했다.
김보성 캐릭터에 도전한 개그맨들이 있었지만 다들 '당이 떨어져서 못하겠다. PD에게 캐릭터를 검사받으려면 미리 밥을 먹어둬야 한다'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단다.
그러나 원체 흥이 많아 별명이 '흥국'(흥 많은 국주)이에다 평상시 복식 호흡을 자주한다는 이국주한테 김보성 캐릭터는 "입에도 짝 붙더라"고 할 정도로 맞았다.
'보성댁' 캐릭터가 갈수록 탄력을 받으면서 이제는 비니 모자 아래 삐져나온 구레나룻, 선글라스와 가죽재킷 차림의 보성댁이 무대에 등장하기만 해도 사람들은 얼굴에 웃음을 머금기 시작한다.
보성댁이 뜨면서 원조인 김보성도 덩달아 떴다. 인터넷에는 '김보성이 이국주한테 밥 사야 하는 것 아님?'이라는 글도 보인다.
이국주는 김보성이 본인 덕을 크게 봤다는 일각의 평가를 부담스러워했다.
이국주는 "김보성 선배와 제가 할 수 있는 분야가 다르다. 아무리 '으리으리' 해도 그분은 남자, 저는 여자이고 약간 과가 다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국주는 지난 3월 '코빅'에 특별출연한 김보성과의 호흡에 대해 "맞춰볼 필요가 없었다"면서 "그래도 김보성 선배의 에너지는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국주는 이제 9년차 개그우먼이다. 한때 비호감이라는 이야기도 들었기에 지금은 댓글에 '크크크크'만 쓰여 있어도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9년간 일하면서 올해가 최고인 것 같다"는 이국주는 "그래도 보성댁 캐릭터는 사람들이 지겨워하지 않고 유쾌할 때까지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국주는 시청자들을 자지러지게 만들 다음 캐릭터로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이국주는 "남성적 캐릭터가 재미있다"면서 "아직은 준비단계이지만 남자배우 캐릭터를 했으니 다음에는 남자가수를 해볼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