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의 전국적 이슈는 크게 두 가지였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대통령 눈물을 닦아 주자”는 것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박근혜 정권을 심판 하자”는 것이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 주어 이 정권을 다시 한 번 믿어 주자”는 여당의 읍소 작전과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물어 박근혜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야당 주장이 맞부딪치면서 민심도 팽팽했다.
여-야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영-호남을 제외한 수도권-충청권-강원도 등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을 펼친 것이 그것을 반증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는 달랐다. 박대통령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새누리당 원희룡 후보를 지지한 것이 아니며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신구범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도 아니다. 만약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또는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제주 유권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했다면 아마도 제주의 6.4선거도 접전이었을 것이다.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 3명을 보유한 새정치민주연합이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표차로 참패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적어도 이번 선거에서만은 심정적으로 ‘대통령 눈물 닦아 주기’가 아닌 ‘정권 심판론’에 동조하면서도 새누리 원희룡 후보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음이 분명하다. 제주도지사 선거사상 보기 드문 표차로 원희룡 후보가 압승한 것도 그렇거니와 지연과 학연을 떠나 제주 전 지역 43개 투표구 중 1개 투표구를 제외한 42개 투표구에서 유례없는 전승을 거둔 것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왜 일어났는가. 제주 유권자들은 대통령 눈물을 닦아 주기보다, 박정권을 심판하기 보다 지난 20여 년간 이른바 3김 시대에 갇혀 각종 갈등과 모순을 빚어 왔던 ‘시대 청산’ ‘세대 교체’가 더 시급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다중 공감, 집단 공명(共鳴)’이 형성 된 것이다.
따라서 원희룡 당선인은 자신의 승리가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주고 이 정권을 다시 한 번 믿어 보려는 유권자들의 선택이라고 착각해서는 결코 안 된다. 그리고 ‘정권 심판’의 거부로 잘못 인식해서도 안 된다. 제주의 ‘세대 교체’ ‘시대 교체’가 더 급했을 뿐이다.
아울러 도지사도 ‘권불 십년(權不十年)’이요, 아집으로만 도정을 이끌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도민들이 선거를 통해 알려 준 것임을 간파해야 한다. 원희룡 당선자가 선거공약으로 제시한 ‘협치(協治)’가 나중에 부메랑이 되어 괴롭힘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열심히 노력해서 유권자들의 표 값을 제대로 갚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