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매일 특별취재팀] 4년마다 돌아오는 선거철이 되면 역대 선거마다 제시됐던 약속들을 재포장한 수준에 불과한 공약들이 줄을 잇는다. 단골 공약 역시 임기 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도정에 대한 비판론이 또 고개를 든다.
제주도민들은 이번 당선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제주도민들은 “각계각층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 지역발전을 이끌어 달라”고 주문했다. 선거가 끝날 때마다 요구하는 주문이라 식상하다고 인식될지 모르지만 그만큼 전임 도정에 대한 실망감이 여전하기 때문에 이어져 나오는 목소리다.
우선 한·중FTA협상 체결을 앞둔 제주농업은 위기의식을 제대로 느끼고 생명산업인 농업의 보호 육성을 주문했다.
고문삼 제주도농업인단체협의회장은 “농업이 우리 국민에게 먹거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환경보전, 국토 균형발전, 농촌 교용촉진 등 국가경제에 있어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알아달라”며 “올바른 농업관과 투철한 사명감으로 농업·농촌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선량이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함승범 농업경영인서귀포시연합회 부회장(정책)은 “노지감귤 생산량 급증에 따른 가격 파동이 만감류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FTA기금은 농업 운영자금이나 에너지 효율화사업 쪽에 무게를 두고 지원됐으면 한다”며 “최소한 주요 농산물의 가격보장으로 농민들이 판로를 걱정하지 않고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관광업계에서는 성장의 과실을 도민 모두가 함께 향유할 수 있도록 제주관광의 질적 성장을 위한 잠재력 향상을 요구했다.
부동석 제주도관광협회 부회장은 “제주관광의 지속발전을 위해서는 도민들과 함께 참여하는 관광 상품 개발, 관광산업의 융복합화, 스마트관광 시대 등 산적한 과제를 풀고, 높아진 제주관광 브랜드 위상에 걸맞은 글로벌 수준의 수용태세를 확립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명원 서귀포시관광협의회장은 “정량적 수치에 만족하지 말고 정성적 수치, 즉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내수시장에 선보이는데 더욱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상공인과 주부, 학생들은 경제정책의 신중한 추진과 일자리 확대, 청년취업 해소를 선결과제로 꼽았다.
현승탁 제주상공회의소 회장은 “경제분야 정책 입안과 추진은 정치적 소신이나 의욕을 앞세우기 전에 재원확보 가능성 등 현실적인 면을 꼼꼼히 따져 채택여부나 실천속도를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확대되는 외국자본 투자에 대해 옥석을 가리면서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하는 일은 제주도의 CEO로서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비효율적 고비용이라는 관치행정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한편 청년들의 취업열망을 풀어주는 문제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제주시 용담1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황의선씨는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지역 상권과 연계한 정책을 마련해 경기 활성화를 이끌어 주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결혼 5년차인 전업주부 김은영(삼도2동)씨는 “정부에서 일자리 몇 만개 창출 슬로건을 매번 내걸지만, 한 달 일하고도 한 달 생활하기에 충분치 않은 월급을 주는 일자리, 언제 잘릴지 모르는 일자리로는 가정의 행복을 담보할 수 없다”며 질 좋은 일자리 확충을 바랐다.
제주대학교 생활환경복지학부에 재학중인 정지애양은 “스펙과 학벌보다는 능력 위주로 채용을 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취직에 앞서 직장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실습기회도 많이 주어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제주사회의 상처 치유와 오래된 분열 봉합을 주문하며 민선 6기가 새로운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랐다.
안현준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은 “강정해군기지건설사업, 트림타워 조성사업, 난개발, 중국자본의 땅 투기 등 많은 현안들로 인한 갈등을 해결하고 팍팍해져만 가는 도민의 삶의 질을 끌어 올리는 것이 당선자 앞에 놓인 과제”라고 말했다.
문화·예술계는 역시 문화융성을 들었다.
강창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제주도연합회장은 “무엇보다 전통에 바탕을 둔 다양한 ‘제주섬 문화예술 프로젝트’ 실천과 함께 제주예총회관 건립을 착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도예가 장근영씨는 “제주자연과 더불어 제주만의 독특한 옛거리·옛문화를 보살피는데 힘쓰는 한편 젊고 유망한 예술가들의 창작활동 지원 등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