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사회에 대한 반성과 성찰
위험사회에 대한 반성과 성찰
  • 제주매일
  • 승인 201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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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승 한 (제주발전연구원, 사회학박사/연구위원)
▲ 고 승 한 (제주발전연구원, 사회학박사/연구위원)

  최근 우리사회는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으로 소중한 생명을 잃어 비탄과 슬픔에 쌓인지도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아직도 진도 팽목항 앞바다에는 실종자를 찾지 못한 가족과 구조 잠수사들의 힘겨운 사투가 계속되고 있다. 실종자들이 가족 품으로 하루빨리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안타까움과 비통함을 넘어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왜냐하면 시민들의 이성과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재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사고 후 구조과정에서 벌어진 정부의 늑장 대처에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고, 정부의 재난위기관리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되지 못한 결과에 참담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이 우리사회에 왜 발생하였을까? 무엇이 잘못되어 고귀한 목숨들이 하루아침에 싸늘한 주검이 되어 불귀의 영혼이 되었을까? 세월호 참사는 복합적인 원인(예, 회사의 맹목적 이윤추구, 관련자들의 도덕적 해이, 업무수행의 무능, 일상화된 안전불감증, 관리.감독의 부실, 비리.유착의 제도화 등)들이 얽히고 설켜서 발생한 총체적 난맥상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우리사회에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고가 처음으로 일어난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그동안 우리사회의 급속한 압축경제성장 이면에 사회적 재난(교통사고, 붕괴, 폭발, 화재, 환경오염사고 등)이 여러 차례 발생하였다. 그러나 근본적인 성찰과 대책없이 임시방편으로 처리되고 쉽게 잊혀져 왔다.  예컨대, 과거에 서해훼리호 침몰사고,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대구지하철 참사 등을 겪었고, 그리고 지난 2월에는 경북 경주시에 있는 마우나오션 리조트 내 체육관 붕괴사고를 경험하였다.
   이처럼 우리는 재난이 일상화된 '위험사회'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위험사회의 징후와 결과들은 거시적으로 전 지구적.세계적 차원에서 관찰할 수 있다. 예컨대,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방사능유출과 오염, 세계 금융불안, 국제테러, 새로운 전염병 등이 위험사회를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상 우리사회도 '위험사회'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 교수는 1980년 중반에 '위험사회'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였다.  그에 의하면 현대사회의 위험은 통제할 수 없고, 시.공간이나 사회적 경계 없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논의에서 주목할 것은 오늘날 '위험'들  이 사회적으로 재분배되고, 그리고 사회적으로 약한 집단에게 과도하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불평등한 위험분배를 근본적으로 고쳐나가기 위해서는 위험사회에 대비하는 대안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하는 깨어있는 시민과 전문가들의 적극적 참여와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제주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세계안전도시'로 공인받은 지역인 만큼 그 위상과 이미지에 걸맞도록 위험사회의 징후들을 사전에 보다 철저히 간파하고 대비책을 세우는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잠재적 위험이 재난으로 현실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재난이 발생할 경우에는 대응 조치들이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작동하여 인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위험사회가 경고하는 다양한 형태의 재난들을 미리 진단, 예방 및 훈련, 그리고 평가하는 통합재난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에 '깨어있는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정부나 지자체, 그리고 일부 전문가 그룹의 논의에만 의존하기에는 위험은 우리들의 일상에 너무 가까이 닿아있기 때문이다.
  이제 제주사회에서도'깨어있는 시민'들이 일상생활 현장에서 위험을 자각하고, 동시에 위험을 줄이기 위한 주체적 역할을 다할 때야 비로소 제주도민들은 재난없는 사회에서 보다 안전한 삶과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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