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았으나 보지 않았던 것
보았으나 보지 않았던 것
  • 제주매일
  • 승인 2014.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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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숙(서귀포시 기획예산과)
▲ 김계숙(서귀포시 기획예산과)

며칠 전, 시청 앞 횡단보도를 건널 때의 일이다.
 횡단보도를 반쯤 건넜을 때 택시기사가 크게 경적을 울리며 불쾌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건너편을 보니 신호등에 빨간 색이 선명했다. 그곳에는 ‘신호등 작동 중'이라고 크게 쓰인 현수막도 걸려 있었다. 필자는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에 그 현수막을 분명 보았다. 현수막을 보았을 뿐 주의 깊게 읽지 않았기에 신호등이 생긴 것도 모르고 습관처럼 그냥 건넌 것이었다.

 보았으나 보지 않는 것이 어찌 현수막뿐이겠는가.
타성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눈으로는 보았지만 머리로는 생각하지 않고 있지는 않은가?
 서귀포시가 지난 4월 직원들을 대상으로 발굴한 ‘존샘’ 아이디어를 보면서도 그런 반성을 하게 되었다.
어떤 형식이나 주제 없이 자유롭게 써내려간 아이디어들이 그간의 나의 무관심을 일깨워 주었다.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이끌어 가는 주체로서 제도 보완의 문제를 진중하게 제안한 사무관의 고민에서 클린하우스 분리수거함을 발로 열게 해달라는 생활에서 우러나온 엉뚱하지만 기발한 주무관의 아이디어까지,
 직급과 직위,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일상의 소소한 불편해소와 타인에 대한 배려, 서귀포시 발전에 대한 고민, 내부 혁신 등 서귀포시 공무원들이 내적으로 많은 관심을 갖고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서귀포시는 집중 발굴된 74건의 아이디어 중 내.외부평가를 통해 13건을 선정하였다. 이중 ‘존샘 아이디어 TOP3’를 선정하기 위해 직원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직원들의 관심과 참여가 뜨겁다. 물론 이러한 아이디어들 중 바로 시행 될 수 있는 시책도 있지만 최고의 시책으로 선정되었다 하더라고 장기적인 검토와 준비가 필요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구글의 G메일도 낙서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지 않는가. 지속적인 토론과 관심, 이른바 집단 지성을 통한 숙성 기간을 거치면 누구도 만들어내지 못한 훌륭한 시책이 되리라 생각한다. 희망은 여기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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