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자 뉴욕타임즈 주말 리뷰 섹션에 실렸다는 “일본의 역사교과서가 (한국이나 중국에 비해) 더 균형적일지 모른다”라는 뉴욕타임즈 동경특파원의 기사와 관련한 방송보도를 보고 욱하는 감정이 일었던 기억이 난다.
19일 아침 방송뉴스에서는“오늘 아침 LA타임즈 사설에서 한·중·일 역사분쟁은 극우파가 득세하고 있는 일본에게 큰 책임이 있다고 쓰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 사설에서는 일본의 과거사가 2차대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우익 군국주의자들의 포로가 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옳은 지적이다.
전자가 일본에 기댄 기사쓰기인 반면에 후자는 사태를 정확히 읽고 기자의 양심에 따라 썼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양면적 언론의 모습을 시사해 준다. 어느 쪽이 바른 보도인지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
혹자는 우리 입장에서 보기 때문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르지만 언론의 보도는 이처럼 친소관계에 의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언급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사례라 할 것이다.
언론은 건강한 사회의 힘
작금의 제주사회에서도 현실을 직시하는 언론의 보도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시대적으로 험난한 역경을 헤쳐온 제주지역사회가 이만큼 건강할 수 있었던 것은 언론의 역할이 컸다는 점을 경시할 수 없다. 정론직필의 사명감에 불타 올랐던 신문 기자들의 정의로운 필봉과 공정과 민주의 대원칙에서 이뤄지는 방송보도의 일선에서 고군분투해 온 기자들의 노력이 건강한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현재 혼란스럽기만한 제주 현안들을 슬기롭게 풀어 나가기 위한 선도자로서 언론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팩트에 대한 검증자로서 기자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되어도 모자라다. 최근에 제주지역 언론 보도의 실태를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일부에서 임의로 선택한 사실, 편향적 사실, 색칠한 사실들을 전하기에 급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한 가지 예로 오래된 기억에서 끄집어 내 보면 이런 것이다. “세화·송당 온천 개발지구에서 온천수가 펑펑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라고 보도했을 때 현재 그 현장의 모습을 돌아다 보면 어떤가 하는 것이다. 팩트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없음이요, 한쪽에 기댄 보도의 사례라 할 것이다. 하기야 당시에 대단했던 투기바람도 이제 잠잠해져서 다행이기는 하다.
빛과 소금
우리는 제주언론사에 빛과 소금으로 빛나는 훌륭한 기자들을 만날 수 있다. 세평시평자가 만났던 분들 가운데서만 꼽더라도 적은 숫자가 아니다. 이기형, 김종철, 고영일(사진), 최현식, 강용삼, 홍성목, 김지훈, 고춘택, 김규필, 조응방, 고영기, 송상일, 부만근, 이문교, 홍명표, 양병윤(촌철살인의 4컷 만화와 만평), 허태헌, 이용길, 강정홍, 오성찬, 양조훈, 김영훈, 김덕남, 김원민, 강만생, 서재철(사진), 고광택, 김영창, 이윤도, 김종배 기자 등의 필력에는 우리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이끄는 기자정신이 배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에게는 무릇 시대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국민의 반수 이상이 언론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시대이다. 시대의 소명에 따라 존재하는 언론은, 기자들은 적어도 사람들이 스스로 자유로워지고 통제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저널리즘의 기본요소>에서의 지적을 음미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은 ‘진실의 추구’이다.
안 창 흡 언론개혁제주포럼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