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이번 6.4지방선거를 계기로 새로운 정치실험이 성공할지 주목된다.
지금까지는 지방선거든, 국회의원 총선거든 치고받기 식 난타전이었다. 그래서 선거판을 흔히 이전투구(泥田鬪)에 비유했다. “진흙탕 속의 개싸움”이란 얘기다.
새누리 원희룡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신구범 후보 간에는 벌써부터 서서히 전운이 일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늘 현재 두 진영의 전략은 확연히 달라 보인다.
우선 선제공격을 가한 것은 신구범 진영인 새정치민주연합 측이다. 원희룡 후보의 과거사를 후보검증이란 이름으로 들추기 시작했다.
제1탄은 원희룡 후보의 사법연수원 시절 행적이었다. 노상방뇨(路上放尿)를 꾸짖는 노인에게 주먹질을 했고 파출소에 가서도 행패를 부렸다는 것이다. 패륜아로 몰아가는 듯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성명 발표 였다.
그후 새정치민주연합의 원희룡 후보에 대한 공격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명박 정권 4대강 전도사, 4대강 예산 날치기 선봉장, 4.3희생자 재심사 가능 발언 및 4.3위원회 폐지법안 발의, 저서에 ‘서울시민 원희룡’, 보편적 복지의 좌파 매도 등 숨 돌릴 틈이 없다.
이뿐이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원희룡 후보가 광주학살 주범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세배를 한 점과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동참한 일 등도 지적하면서 총 공세다. 그러나 공세의 주체는 새정치민주연합이며 정작 당사자인 신구범 후보는 한 발 물러서 있다.
원희룡 후보로서는 ‘노상방뇨 폭행’과 ‘전두환 세배’ 공격은 뼈아팠을 것이다. 으레 반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 했지만 아직 그런 징후는 없다.
도리어 원희룡 후보는 최근 회견에서 “철저한 정책선거를 위해 유권자들에게 TV토론, 인터넷 홍보, 방송연설, 그리고 두 발을 이용, 공약과 정책을 알려나가겠다”고 말했었다.
앞으로 신구범 후보 측의 계속된 공세에도 불구하고 과연 원후보가 초연히 오로지 정책 대결로서만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인내심이 있는지 지켜 볼 일이다.
만약 원후보가 상대 정적에 대한 반격이나 공격을 일체 자제하고 현재와 같이 초지일관 정책선거로만 나간다면 제주에서는 새로운 정치 실험을 하고 있는 셈이 된다.
이왕 정치 실험이 시작된 바에는 현재처럼 한쪽은 꾸준히 공세를 취하고 다른 한쪽은 인내심을 갖고 일체 무대응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제주의 새로운 정치실험을 위해 바람직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번 도지사 선거에서 공세 일변도와 무대응 정책선거 일변도의 두 진영 중 어느 쪽이 승리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제주의 선거 질서가 확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막판에 서로 치고받는 식이 된다면 불행히도 제주의 새 정치실험은 실패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