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말(馬),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이 넘쳐나요"
"제주 말(馬),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이 넘쳐나요"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4.0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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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이 만난 사람 24] 도예가 장근영

장근영 작가.
[제주매일 박수진 기자] 말들이 웃는다. 선한 말의 눈을 보니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가 고인다. 배시시 웃고 있는 입 꼬리는 어딘지 모르게 정감이 간다.

제주의 '말'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벌이고 있는 도예가 장근영(사진). 그는 말의 선하고 아름다운 눈매와 닮아있었다. 그를 13일 제주시내 한 카페에서 만났다.

1978년 서귀포시 남원읍 출신인 정근영 작가는 홍익대 미술대학 도예과를 졸업했다. 이어 불가리아 국립미술아카데미에서 도예를 전공했다. 2002년 불가리아로 떠난 그는 말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가 '말'을 주요 소재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어요. 아버지가 수의사거든요. 또한 아버지가 말과 관련된 연구를 주로 하셨어요. 수많은 말과 관련된 책·물건들이 지금의 저를 있게 했죠."

불가리아 유학 시절 그는 '아시아에서 온 말 만드는 소녀'로 통했다. 그의 책상위에는 항상 말과 관련된 작품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의 이름은 '쿤'. '근영'이라는 이름이 부르기 어려워 함께 공부하던 학생들이 지어준 이름이다. 불가리아어로 말은 '콘'이라 불린다. 비슷한 이름 때문인지, 말 작업만 해와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학생들 사이에서 늘 '말 소녀'로 불렸다.

그가 말하는 '말'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말은 끝이 안보이게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라고 했다.

"작품의 다양성을 주고 싶어서 몇 가지 시도했던 작품이 있어요. 반인반마 형상위에 내 자화상을 그린적도 있고, 말 등 위에 고양이가 누워있는 작품도 그린 적이 있지요. 하지만 역시 '말'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게 가장 멋진 것 같아요."

인터뷰에 앞서 지인들에게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면서 주목 받고 있는 작가를 추천받았다. 그 중 한명이 장근영 작가다. 기자의 말에 그는 "과분하다"고 답했다.

"주목받고 있는 작가라는 타이틀은 과분해요.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잘해야 하는데 말이죠(웃음). 6~7년 전 감히 내가 개인전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늘 항상 해왔는데 벌써 4회나 했어요. 꾸준히 활동을 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아요."

그는 고향인 제주로 돌아와 활동한지 만 7년이 됐다. 조금 더 큰 곳으로 '주 무대'를 옮기고 싶어 하지는 않을까 궁금했다.

하지만 그는 욕심이 없단다. 요즘 제주도는 소위 '핫 플레이스'라 불리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작업을 해도 충분할 것 같아요. 물론 작품이 괜찮아야 하지만요(웃음). 김창열 미술관 등이 생기고 중국작가들의 '제주'진출도 심심찮게 볼 수 있잖아요. 오히려 저는 걱정이 되는 걸요. 좋은 작품을 만들도록 노력을 해야 하는데 제주도의 발전 속도를 따라 잡을 수 있을까 싶어요."

활동을 하다 보면 금전적이 문제 등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됐다.

그 역시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단다. 하지만 '말'작업은 그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인데 어찌하랴. "언젠간 좋은 날이 오겠지"라는 긍정적인 마인드 하나면 모든 근심이 사라진다고 했다.

앞으로 장근영 작가의 행보가 궁금하다.

"무조건 꾸준히 작업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시도할 수 있는 사람이 될게요. 또한 말의 아름다운 몸과 건강함을 닮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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