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 개인적인 일로 서울에 갔다가 오랜만에 교보문고를 찾았다. 그리고 직업병처럼 여행코너 판매서적에 들러 최근 여행서적 출판트렌드를 살폈다. 유럽여행 관련 서적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해외를 배경으로 하는 여행서적 출판으로의 쏠림 현상이 더 가속화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국내여행의 경우 온라인에 최신 정보가 바로바로 공개되고 있으니 국내 여행서적 출판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 확인한 것은 국내여행에 대한 테마발굴이 점점 어려워지고, 온라인, 모바일 등 정보통신기기의 발달에 따른 국내여행정보의 실시간 공개 등 국내여행서적 출판 환경이 어려운 가운데에도 제주관련 서적출판은 꾸준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올해만 하더라도 제주로 떠나는 서른 한가지 핑계라는 부제하에 ??갈수록 더 그리운 제주??라는 제목으로 제주를 잊지 못하는 스물일곱 명의 여행작가가 참여한 제주여행기가 출판됐고, ??지중해처럼 머물고, 카모메 식당처럼 먹고, 안경처럼 스며들고 싶다??는 ??내 마음의 제주??, ??제주 캠핑 가이드??, 제주 이민자들의 경험을 담은 ??제주도, 무작정 오지 마라??,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등 제주 여행의 추억과 섬 안에서 제주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에서부터 제주에 정착하는 방법까지 다양한 제주관련 테마와 연계된 서적들이 출판되고 있다.
여행서가 본격적으로 출간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라고 한다. 1989년 해외여행이 전면 자유화되면서 일본 책을 번역한 가이드북이 나오기 시작했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 여행서적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여행이 일상화되고, 여행형태도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리라. 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여행서적은 단순 가이드북 중심이었고, 간혹 소설가 김훈의 ??자전거 여행??과 같은 산문집이 출판되어 화제를 끌었다.
제주 관련 여행서도 마찬가지였다. 가이드북 중심의 여행서가 꾸준히 출판되다 2007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제주올레가 국내 도보 여행의 붐을 일으키면서 2010년에는 ??제주??와 ??올레길??이 우리나라 여행서적 출판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했다. 이후 제주여행서는 단순 가이드북이 아니라 제주도보여행은 물론 제주의 속살 즐기기, 제주여행에 대한 추억, 다양한 문화체험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테마의 여행서적이 출간되기 시작했다. 특히 제주이민자라 불리는 제주이주민들의 체험과 삶을 테마로 한 서적이 출판되기 시작하면서 제주관련 출판시장이 더 풍성해지고 있다.
한편 단순 여행관련 서적이 아닌 제주의 문화를 근간으로 제주를 새롭게 소개하는 서적들도 출판되기 시작했다. 한 매체로부터 ??창궐하는 제주 관련서, 이 책이 종결자!??라는 극찬을 받은 제주대 석좌교수인 주강현의 제주 기행이 2011년에 출간되었고, 한국 여행문화와 여행지형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권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이 2012년에 출간되어 제주여행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해주고 있다.
책은 사회를 담는 그릇이다. 여행서적 또한 매한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싶어 하는 곳, 마음속으로 그리는 장소를 다루거나 여로에서 얻게 될 경험과 감정을 서술한 책이 발간된다. 그 책으로 보는 제주. 이제 제주는 과거 ??여행의 도착지??에서 ??힐링??을 지나 ??새로운 삶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그 속에서 제주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가 재조명되기 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