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결국 발생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발표 내용을 인용하면 지난달 28일 구좌읍 하도리 철새도래지에서 채취한 야생철새 분변을 검사한 결과 H5N8형 조류 인플루엔자가 검출됐다. 제주지역에서는 2012년 하도리, 용수리에 이어 지난해에도 이들 지역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됐으나 모두 저병원성이었다.
따라서 이번 검출된 고병원성 AI는 그 자체만으로 지역 축산농가뿐만 아니라 도민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제주축산업을 그동안 말 그대로 ‘청정’이 가장 큰 장점으로 주목 받으면서 ‘국민적 사랑’을 한몸에 받아왔다. 이에 따라 이번 고병원성 AI 검출은 제주축산업에 큰 고비가 될 수도 있다. 현재 분변 채취지점 반경 10km 이내에는 5곳의 농가가 닭과 오리 29만여 마리를 사육중인 것으로 알려져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철새가 옮기는 AI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문제는 철새들이 옮기는 AI를 최대한 빨리 찾아내 이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연 특별자치도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제주도 당국은 아직도 자체적으로 철새 분변을 상시로 채취, 이를 검사할 수 있는 장비를 확보할 수 없는지 이번 기회에 되돌아봐야 한다. 아울러 지난달 28일 철새 분변채취 작업 후 그동안 이 일대는 아무런 제약도 없이 수많은 사람이 드나든 것은 아닌지도 되짚어 봐야 한다.
어떤 상황이 발생한 뒤 이에 따르는 대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하수의 행정’이다. 자칫하면 제주 축산업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는 AI에 대한 확실한 예방책과 체계적인 사후대응 매뉴얼 등 근본대책 마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