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제주 전역 솔숲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갔던 ‘소나무 재선충 전쟁’이 제주도 당국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지난해 9월부터 도내 소나무들을 집단으로 고사시킨 주범인 재선충병을 차단하기 위해 그동안 무려 54만5000그루의 소나무 고사목을 제거했다. 이는 제주지역 소나무 숲 39%에 해당하는 것으로, 말 그대로 중산간 이하 지역 소나무 숲은 대부분 재선충병을 피해갈 수 없었다.
제주도는 이와 관련, 도내 재선충병의 발병 원인으로 고온과 가뭄 등 기상적인 측면을 부각하고 있다. 제주도는 이와 함께 고온과 가뭄 등 기상상황에 따라서는 재선충병의 또 창궐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제주도의 진단은 한편에서 볼 때 참으로 옹색한 변명으로 보일 수 있다. 제주의 산림자원을 관리해야 하는 것은 지방정부인 제주도의 당연한 책무이다. 그동안 제주도는 청정 환경의 중요성을 내세우면서 꾸준하게 재선충병 예방사업을 벌여왔다. 이에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이 병행됐다. 이처럼 엄청난 산림자원이 폐허로 변했는데도 기상 타령을 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제주도는 한때 막대한 예산을 투입, 행정력은 물론 관변단체들을 총 동원해 그 유명한 세계 7대경관 선정에 따른 ‘파상적인 전화와의 전쟁’을 벌였다. 세계 7대경관 사업에 벌였던 행정력을 소나무 재선충병 차단에 쏟았다면 과연 오늘과 같은 재앙이 발생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제주지역 소나무숲이 집단폐사의 상황으로까지 빠진 데에는 지방정부인 제주도의 책임을 부정할 수 없다.
문제는 앞으로 과연 얼마만큼의 소나무를 지켜 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제주를 떠나 대한민국의 상징인 한라산 국립공원 코앞까지 다가선 소나무 재선충병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임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지구 온난화로 초래되는 무더운 날씨와 가뭄 등에 제주의 소나무 숲을 모두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소나무 재선충병과의 전쟁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