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장비 없어도 초대형 청사 짓고
혈세로 직원 축·조의금·격려금 ‘펑펑’
구조 장비 없어도 초대형 청사 짓고
혈세로 직원 축·조의금·격려금 ‘펑펑’
  • 김동은 기자
  • 승인 2014.0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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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방해양경찰청, ‘비상식 행보’에 비난 고조
업무추진비 제주지방경찰청장 보다 2배 더 집행

[제주매일 김동은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 과정에서 해경의 미흡한 초동 대처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제주지방해양경찰청장의 업무추진비 대부분이 직원들의 축·조의금이나 격려금 등으로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예산 부족을 이유로 구조 장비 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신청사 건립에 나서는 데다 제주지방경찰청장 보다 계급이 낮고 전체 직원 수도 100명 가량 적은 데도 2배나 많은 업무추진비를 집행해 논란이 예상된다.

8일 본지가 제주해경청의 정기적인 정보공개 대상인 관서장 업무추진비 현황을 확인한 결과 제주해경청장은 지난해 업무추진비로 3210여 만원을 지출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제주경찰청장이 사용한 업무추진비인 1620여 만원 보다 2배 가량 많은 금액이다.

제주해경청장의 직급은 경무관으로, 치안감인 제주경찰청장 보다 한 계급이 낮지만 업무추진비 집행은 오히려 더 많이 한 셈이다.

유형별 집행 내역을 살펴보면 제주해경청장 업무추진비의 대부분이 ‘기타 운영경비’ 또는 ‘위문·격려 및 직원 사기 진작’의 명목으로 직원들의 축·조의금이나 격려금 등에 쓰였다.

더욱이 유관기관 인사 발령 축하를 위한 화환 구입에 업무추진비가 지출되는가 하면 수술을 받은 직원의 빠른 쾌유에 따른 격려금으로 업무추진비가 사용되기도 했다.

이처럼 직원들의 축·조의금과 격려금 등을 업무추진비로 건넨 반면 업무와 직결된 경비로 쓰인 금액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업무추진비가 가장 많이 집행된 지난해 7월의 경우 전체 426만원 중 31%에 불과한 133만원이 업무와 직결된 해상치안현장 순시 및 치안대책회의 경비 등으로 사용됐다.

해양경찰청은 오는 6월부터 사업비 166억 원을 들여 제주시 아라1동 국·공유지(옛 국가정보원 제주지부)인 현 청사 대지 3만687㎡에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8472㎡ 규모의 제주해경청 신청사 건립에 착수한다.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각종 구조 장비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신청사 건립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는 와중에 사고 현장에 헬기를 보내 수색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제주해경청 항공단을 지휘하는 간부가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양경찰청 산하 지방해양경찰청을 폐지하고 경감급 이상 간부를 1계급 강등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어 제주해경청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편, 정의당 제주도당은 9일 오전 제주해경청 정문 앞에서 대형 신청사 조성이 아니라 구조 장비 구입에 먼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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