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충과의 전쟁, 승전인가 패전인가
재선충과의 전쟁, 승전인가 패전인가
  • 제주매일
  • 승인 201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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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근민 지사를 총사령관으로, 지난해 9월2일부터 올해 4월 말까지 8개월간 치러진 제1차 소나무 재선충과의 전쟁은 이제 끝이 났다.
이번 전쟁에서 3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당하는 등 모두 12명의 사상자를 내는 인명피해까지 입었다. 이뿐이 아니다. 447억 원이라는 경비가 소요 됐고, 군-경-공무원-민간인 등 11만 명이 투입돼 시간과 인력의 소모도 엄청 났다. 재선충으로 인해 고사된 소나무 벌채 량도 56만 그루에 이르러 산림 피해 또한 크다.
여기에다 제주도 전체 소나무 입목지 1만6884ha의 39%인 6381ha나 되는 고사목 지역에 대한 대체림 조성을 위해서도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야 한다. 특히 호우시 2차 피해마저 우려 되고 있다.
이렇듯 민-군-경-관의 사투(死鬪)와 막대한 물적, 인적 피해에도 불구하고 과연 제1차 재선충과의 전쟁이 승전(勝戰)이었는가에 대해서는 솔직히 회의적이다.
제주도 당국은 4월 말 전쟁 선포 기간을 종료하면서도 “승전했다”거나 또는“패전했다”는 등의 분명한 획을 긋지 안했다. 다만 “소나무 재선충 병 고사목 전량 제거 작업을 4월 30일로 마무리했다”고 발표했을 뿐이다. 승전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그러기에 패전이라고는 더욱 말하기 어려워 그냥 “마무리했다”는 표현을 택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1차 재선충과의 전쟁은 승전 쪽보다 패전 쪽에 가깝다. 지금도 도내 곳곳에는 누런 소나무 고사목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재선충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전쟁 선포 1년여 전 고사목이 4천여 그루였을 때 초기 박살을 내지 못한 실책 때문이었다.  이 4천여 그루의 고사목을 방치하는 바람에 재선충이 몇 십만 그루로 확산 돼 일을 어렵게 만들어버렸다.
또 다른 이유는 사유지 고사목 제거의 어려움이다. 소나무로 인해 사유 재산권 행사를 제약 받고 있는 토지주가 고사목 제거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재선충이 발생한 사유지는  비록 미감염 소나무까지도 일정량을 벌채토록 허가해 주는 특단 조치가 있어야 한다.
어쨌거나 1차 재선충과의 전쟁은 승리하지 못한 채 막이 내렸다. 그리고 6.4지방선거가 끝나면 우근민 총사령관이 교체돼 지사 당선자가 새 사령관으로 취임하게 된다. 신임 사령관은 앞으로 있을 제2차 재선충과의 전쟁을 꼭 승리로 이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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