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매일 고재일 기자] 도내 주유소들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한정된 시장규모에도 그 숫자가 늘어나며 행정기관의 정책자금에 의존하는 곳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주유소의 가장 문제는 과당 경쟁. 지난 1991년 72곳에 불과했던 전체 주유소는 올해 4월 말을 기준으로 203곳까지 늘었다. 설치거리 제한이 종전 1000m에서 500m로 완화돼 너도나도 뛰어든 결과다. 2000년대 초반 5%인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0.4%까지 주저앉았다. 휘발유 1ℓ(1900원 기준)를 팔아 76원을 손에 쥐는 셈이다.
주유소들이 경영난에 허덕이며 일부는 행정기관의 정책자금에 의존하는 현상까지 고착화되는 추세다. 4일 제주도에 따르면 2011년부터 3년간 도내 주유소를 대상으로 지원한 중소기업 육성자금은 모두 163건으로 금액만도 196억2200만원에 달하고 있다. 연도별로는 2011년 51건(53억6800만원), 2012년 64건(82억9000만원), 2013년 48건(59억6400만원)이다. 올 들어서도 지난달 말까지 15건 22억9000만원이 지원됐다. 해마다 도내 주유소의 4분의 1 가량이 정책자금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경영난도 문제지만 상당수 주유소들이 운영 초기부터 많은 빚을 지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만성적인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설립 요건이 완화되면서 주유소 설비를 갖추기 위해 정유사로부터 초기 운영자금을 빌린 것은 물론이고 상당수가 관행적으로 제품을 외상으로 매입해 판매한다"며 "제주도가 주유소를 대상으로 지원한 중소기업 정책자금은 사실상 외상거래대금을 지원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알뜰주유소의 등장도 주유소 업계의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도내 곳곳에서 생겨나기 시작한 '알뜰주유소'는 일반 주유소에 비해 50원~100원 가량 저렴한 가격을 최대 무기로 시장 공략에 나서는 중이다. 지난해 20곳이 문을 열며 등장한 알뜰주유소는 올해 30곳까지 확장될 예정이다. 알뜰주유소 인근의 주유소들은 경쟁을 위해선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된다.
업주 입장에서 최후의 선택인 폐업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 주유소는 폐기물관리법은 물론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사업장이다. 규모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건물 철거비용과 매립된 주유탱크 처분, 토양정리 작업만 하더라도 수 천만 원에서 수 억 원까지의 적지 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한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주유소를 경영하면 하루하루가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며 "경영할수록 손해를 볼게 뻔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