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직원 9명 불과한 기업 3년간 1888억원 법인세 감면 혜택
[제주매일 고재일 기자] 지난 2009년 제주로 본사를 이전한 국내의 한 프로그램개발업체가 실상은 본사 직원이 고작 9명에 불과한 껍데기 뿐이었다는 사실이 감사 결과 밝혀졌다. 이 업체는 당시 지방이전기업으로 분류돼 3년간 법인세 전액인 1888억 7500만원을 면제받았다.
감사원은 1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관세청 등을 대상으로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벌인 ‘조세감면제도 운용실태에 관한 특정감사’ 결과를 1일 발표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프로그램개발업체 A사는 지난 2009년 3월 24일 서울시 강남구에서 제주도 제주시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2011년까지 3년간 모두 1888억7500만원의 법인세를 감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업의 법인세 감면액은 이전 첫 해에 70억1900만원, 이듬해인 2010년 606억7200만원, 2011년에는 1211억8400만원이다.
해당 기업이 이처럼 많은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조세특례제한법’ 규정이었다. 조세특례제한법은 당초 지방경제에 기여도가 높은 이전기업에 대해 법인세 감면혜택을 규정한 것으로, 세금회피수단으로 악용될 경우를 대비해 부동산 중개업과 매매업, 소비성서비스업 등은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까다로운 규정을 두고 있다.
A사는 그러나 2005년 회사를 분할한 후 종전의 사업회사를 그대로 수도권에 두고 본사 역할을 하는 지주회사만 제주로 이전했다. 이 회사의 직원수는 초기인 2003년만 하더라도 281명에 달했으나 지주회사(본사)가 제주에 내려온 후 근무인원은 9명(2009년), 17명(2010년), 29명(2011)에 불과했다. 지방이전의 효과가 미미한데도 본사 지방이전과 관련해 엄청난 감면혜택을 받은 셈이다.
감사원은 A사 외에도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본사를 이전한 ‘무늬만 지방이전 기업’등 세금감면 제도 부실 운용 사례 17건을 적발해 기획재정부에 보완책을 마련할 것을 통보하는 한편, 국세청 등에는 추가징수 등의 시정조치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