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세월호 침몰사고를 일으켜 수학여행 길에 오른 꽃다운 학생들에게 큰 죄를 짓더니 이번에는 순진무구(純眞無垢)한 어린이들에게까지 큰 잘못을 저지르려 하고 있다.
당국은 세월호 침몰로 인한 전 국민적 애도의 분위기에 편승해서인지 모처럼 맞는 5월 5일 어린이날 행사를 전면 취소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이 어버이날을 비롯, 성년의날 등 가정의 달 5월에 열리는 어른들의 각종 행사를 전면 취소키로 한 것은 올해의 경우 매우 적절한 조치다. 세월호 참사로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애도하고 있는데, 어버이 날이라 해서, 혹은 성년의 날이라 해서 잔치분위기속에 지낸다는 것은 몰염치(沒廉恥)에 해당 한다.
그러나 어린이날은 다르다. 해맑기만 한 이 나라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잘못으로 희생된 세월호 수학여행 학생들의 어린 동생들이요, 조카들이다. 그들은 결코 어른들이 자신들의 불행을 들먹이며 어린이들이 1년 내내 손꼽아 기다려 온 어린이 날 행사를 전면 취소하는 또 다른 잘못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오히려 동생벌이요, 조카벌인 꼬마들이 어린이날 행사장을 찾아 가족과 함께 활기차고 즐거운 하루를 보내기 바라고 있을 것이다. 자신들의 어린이날 추억을 되새기며 말이다.
이러한 마음은 사망자-실종자 유족과 가족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당국은 올해의 어린이날 행사도 예년과 같이 치르는 것이 좋다. 몇몇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세월호 침몰 와중에도 외유성 외국여행을 하면서 어린이날 행사는 왜 취소하려는가. 다만 어린이날행사를 핑계 삼아 탈선하는 부모들은 없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