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이 피고 날씨가 따뜻해지니 산과 들에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만큼 야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요즘 제주는 고사리 철이라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신고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길을 잃은 사람들이 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연동지구대 관내에는 유흥가가 밀집해 있다 보니 도로에서 사람이 누워있다는 신고가 많이 접수된다. 날씨에 따라 하늘을 지붕 삼아 도로위에서 잠을 청하는 사람들이 숫자도 달라진다. 아무리 날씨가 따뜻해졌다고는 해도 낮과 밤에 일교차가 심해 한밤중에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잠을 청하기에는 추운날씨다.
도로에 누워서 잠을 청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인사불성인 경우가 다반사다. 잠을 자는 사람들의 모습도 아주 다양하다. 자동차 밑에 들어가 있거나 남의 집 주차장에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놓고 잠을 자곤 한다. 아주 대담한 사람들은 아스팔트 위에 양팔과 다리를 벌린 채 자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술에 너무 취해 아무리 깨워도 잘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깜깜한 밤에 시커먼 아스팔트와 사람을 구분해 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도 누군가 일찍 나를 발견해 신고를 해준다면 다행이지만, 안타깝게 그 누구도 나를 찾아내 신고를 해주지 않는다면 불행한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연동지구대는 제주도내 어느 지구대 관할보다도 술집이 밀집해 있어서 해가 중천에 떠도 술집에서 싸운다는 신고가 접수되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술에 취해 도로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술집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기 때문에 잠자는 사람을 발견할 확률이 아주 높다. 그런데 이런 지역을 벗어나 한적한 곳에서 잠을 자게 된다면 발견될 확률은 적어지고 위험은 반대로 아주 높아진다.
최근 도내에서 발생한 사망 교통사고의 경우 보행자 사고가 대부분이고, 지난해 연동지구대 관할 내에서 발생한 사고의 경우에도 도로위에 누워 있다가 발생한 교통사고가 두건 있었다. 그만큼 야간에 보행자는 사고로 인한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우리 서부경찰서에서는 작년부터 새벽시간대 거북이 순찰 활동을 시행하고 있다. 거북이 순찰은 말 그대로 거북이처럼 천천히 순찰하는 활동이다. 술 취한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기 전에 먼저 발견해서 조치하고, 술 취해 비틀거리며 도로를 걸어가는 보행자가 사고 위험이 있다면 미리 예방을 하는 것이다. 연동지구대 관할의 경우 술집이 밀집해 있어서 거북이 순찰은 아주 중요하다. 술 취한 사람은 항상 범죄의 표적도 될 수 있기 때문에 교통사고뿐만 아니라 각종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막중한 임무가 있으니 술에 취한 사람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술을 마실 때 한잔만 덜 마시고 안전하게 귀가해 준다면 우리 경찰을 필요로 하는 또다른 범죄현장에 더 빠르게 달려가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