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장격리' 등 서두르지 않으면 밭작물 연쇄 타격'도미노' 우려
[제주매일 신정익 기자] 작황호조에 소비부진 등이 겹쳐 지난해산 저장마늘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마늘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올해산 햇마늘이 다음달 중순 이후 수확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저장마늘을 시장에서 격리하지 않을 경우 저장마늘과 햇마늘 모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7일 제주농협지역본부(본부장 강덕재) 등에 따르면 현재 제주지역 농협 등에서 저장하고 있는 지난해산 ‘재고마늘’은 1만8000t에 이르고 있다. 전국으로는 농협 2만8000t, 정부 1만1000t, 민간 5000t 등 모두 4만4000t으로 집계되고 있다.
제주도내 농협은 지난해 생산된 마늘 5만t 가운데 3만t을 ㎏당 2700원에 수매했다. 당초 계약재배 물량은 1만7000t이었지만, 농가들의 추가 수매 요구를 수용해 1만3000t을 더 사들였다.
지역농협으로서도 당시에는 부담이 됐지만, 농가들의 절박한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농가들에게는 수입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수매 이후부터 발생했다.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가금류 소비가 침체되면서 마늘과 양파, 양배추 등 채소류 수요도 동반 위축됐다.
출하량이 줄고 가격도 출하초기부터 수매가 대비 40% 가량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애초 계획보다 수매 물량이 늘어 도내에서는 보관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다른지방 창고를 임대해 저장하고 있다.
결국 수매 이후 가격하락과 창고 임대료, 금융비융 등 도내 농협이 떠안고 있는 손실만 200억원 이상에 이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추산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발생한 손실도 상당하지만, 앞으로 올해산 마늘이 수확될 경우 예상되는 ‘메가톤급’ 파장이다.
다음달 중순께 수확이 시작될 올해 햇마늘의 도내 생산량은 4만6000t 안팎이다.
도내 농협은 이 가운데 1만9000t은 ㎏당 2100원 수준에 수매키로 하고 농가들과 이미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계획대로라면 장마가 본격화되기 전인 오는 6월 중순 이전에 수매를 마쳐야 한다.
그런데 현재 상황으로는 계약수매도 불투명한 상태다. 창고에 보관중인 지난해산 저장마늘이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의 예측으로도 마늘재고량은 수요에 비해 1만9000t이나 초과된 상태여서 햇마늘 수매를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내 마늘 주산지에서는 포전거래가 뜸한 가운데 일부 제의가 들어오는 가격은 농협 수매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농협 등 생산자단체와 농가들은 정부와 지자체, 농협중앙회 등이 서둘러 시장격리 등 재고마늘 처리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상태로 시간을 보낼 경우 올해산 햇마늘뿐만 아니라 도배 밭작물 전체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도미노 현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생산자단체 등은 “감귤과 함께 제주지역 주요 농산물인 마늘은 연간 조수입 1000억원 안팎으로 비중이 매우 크다”며 “시장논리에 맡겨 재고마늘 처리에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제주 밭작물에 연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