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매일 고재일 기자] 제주를 기점으로 운항중인 여객선 고객만족도 조사가 많은 예산이 투입돼 수년째 이어져왔으나 대부분이 일회성에 그친 것은 물론 조사 결과에 대한 신빙성도 부족해 무용지물이었다는 지적이다.
23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1년에 두 차례씩 제주와 다른 지방을 잇는 여객선 13척에 대한 '제주뱃길 이용고객 만족도조사'가 이뤄졌다. 만족도 조사는 뱃길 이용객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활성화 방안에 대한 이용객의 의견을 묻고 선사들 간의 경쟁을 유도해 서비스개선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이번에 침몰한 '세월호'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평가에서 88.95점을 획득해 전체 3번째로 높은 점수를 기록했고, 같은 청해진해운의 '오하마나호'의 경우 91.74점으로 1위에 올랐다. 설문조사는 승무원과 터미널시설, 여객선 환경 및 여객선 안전, 고객의 소리 등 모두 6개 항목이다. 지난해 '세월호'를 이용했던 승객들은 "선실 갑판과 난간 프레임에 먼지가 수북이 쌓였다", "안내방송의 소리를 알아듣기 힘들었다", "퀴퀴한 냄새가 난다. 청결에 신경을 써 달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제주도는 이 같은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를 해당 선사에 정식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사가 이를 바탕으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한 결과는 돌아오지 않았다. 해당 부서 사무관은 "뱃길 고객만족도 조사는 제주도가 조치사항을 강제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없어 결과를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개선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제주도는 고객만족도 조사에 대한 인센티브 명목으로 1개당 1500만인 '프로타비전'(영상물 및 선박 위치 정보 제공 대형 영상장치) 설치를 지원했다. 8개 노선 13척의 여객선 가운데 절반 이상인 7척이 이 장비의 지원을 받았다. 침몰한 세월호와 같은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오하마나호에도 이 장비가 들어갔다.
고객만족도 조사와 암행(暗行) 모니터링을 위해 투입된 합동점검반의 활동 내용도 논란거리이다. 제주도는 고객만족도 조사를 위해 1회에 수백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부산지방해양항만청 제주해양관리단과 한국해운조합 제주지부 관계자와 합동조사를 벌였다. 본지가 합동점검반이 제출한 모니터 조사표를 확인한 결과 대부분 항목의 점수가 최고점인 '만점'으로 표시돼 천편일률적인 점검이 이뤄진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박태희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이에 대해 "여객선 업무와 관련해 제주도가 뭔가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보니, 조사의 편의를 위해 합동점검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