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세월호’...제주도가 인정한 ‘고객 만족 여객선’?
침몰 ‘세월호’...제주도가 인정한 ‘고객 만족 여객선’?
  • 고재일 기자
  • 승인 201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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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주 뱃길 만족도 조사서 상위권

[제주매일 고재일 기자] 지난 16일 오전 전남 진도 부근 해상에서 승객 476명을 태우고 이동하던 중 침몰사고를 일으킨 ‘세월호’에 대해 제주도가 ‘이용 만족도가 높은 우수한 선박’이라고 평가했던 것은 물론 선사인 청해진해운에 인센티브까지 지원했던 사실이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사고 이후 청해진해운이 해양수산부로부터 ‘고객 만족도 우수선사’로 4차례 선정된 사실이 알려지며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의 평가 또한 ‘수박 겉핥기’가 아니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가 22일 제주도의 자료 등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지난해 10월 14일부터 11월 30일까지 제주를 기점으로 운항중인 여객선 8개 항로 13척에 대한 ‘2013년 하반기 제주뱃길 이용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청해진해운은 91.74점(오하마나호)과 88.95점(세월호)을 받아 전체 평가 대상 13척의 여객선(평균 86.55점) 가운데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는 제주도와 제주해양관리단, 제주해운조합 등 3개 유관기관이 합동으로 직접 여객선에 승선해 이용객 40명씩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80%)와 점검단이 직접 모니터링 한 결과(2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평가항목은 ▲인적응대 만족도(승무원 복장, 친절, 정위치 근무), ▲운항 및 시설 만족도(정시출발, 안내방송, 휴게시설, 여객실 청결), ▲여객선 환경 만족도(객실 내부구조, 편의시설 청결, 외부환경 청결), ▲안전 및 이용편의성(안전질서유도, 비상시 행동요령, 구명장비 안내표시, 운항 시간 준수, 판매물품 가격 적정), ▲전반적 체감 만족도(승무원 서비스, 시설운항, 환경, 편의성 만족도) 등 5개 분야다.
 
제주도는 결과 보고서를 통해 “오하마나호는 각종 이벤트 행사로 여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으며 “세월호는 승무원 친절서비스 향상으로 상반기 최하위권에서 3위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세월호’와 같은 청해진해운 소속의 ‘오하마나호’에 2011년 제주도로부터 15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55인치 ‘프로탑비전’(영상물 및 선박 위치 정보 제공 대형 영상장치)을 설치하기도 했다.

제주도는 만족도 조사에서 “승무원과 선원 등 인적대응 만족도 평가는 비교적 양호하다”며 “화장실 청결과 편의시설에 대한 이용객의 불만이 많다”고 덧붙였다. 점검분야에 안전항목이 있었지만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이 없었다.

김태년 제주도 항만개발과장은 이에 대해 “해수부가 법률에 따라 선사를 대상으로 벌인 고객만족도 조사와는 달리 제주도가 진행한 고객만족도 조사는 선사의 의무가 아닌 만큼 점검분야가 제한돼 있고 결과도 선사에게 강제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제주지역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고객만족도 평가가 수년 동안 진행됐음에도 경각심을 유발해 서비스와 안전향상을 유도하기는커녕 대형참사가 벌어졌다”며 “제주도가 그동안 얼마나 안일하게 점검을 벌였는지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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