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굴사에 웬 ‘소나무 靑銅像’인가
산방굴사에 웬 ‘소나무 靑銅像’인가
  • 제주매일
  • 승인 201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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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산은 산방굴이 있어 유명하다. 그리고 산방굴사와 ‘산방덕’ 전설이 있어 더욱 유명하다. 거기에 주변 절경과 탁 트인 바다가 보태진다. 선인들은 산방굴사를 영주10경으로, 현세인들은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77호로 정했다.
산방굴사 앞에는 400년 노송이 지켜서 있었다. 워낙 노송인데다 나무의 풍치가 좋아 이 또한 산방굴사의 가치를 높여 주었었다.
이 산방굴사 노송이 죽었다. 재선충 때문이었다. 1년쯤 시름시름 앓다가 지난해 가을 말라 죽었다. 아무도 이 노송을 지켜주지 못했다. 100% 인재(人災)였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그 자리에 ‘소나무 청동상(靑銅像)’을 세우겠다고 한다. 아마도 이 노송 을 상징적으로나마 되살리려는 의미 같다.
서귀포시는 당초 이웃마을 사계리와 협의, 전설 속 ‘산방덕’ 동상을 그 자리에 세우기로 해었다. 그러나 ‘산방덕’대신 청동구조물로 소나무 원형을 보존키로 했다는 것이다.
청동상으로 노송을 재현한다는 뜻 같은데 차라리 ‘산방덕’ 동상을 세움만 같지 못하다. 노송을 청동상으로 세울 바에야 먼 후일을 위해 대체목을 심어 잘 키우는 쪽이 훨씬 산방굴사적이다. 영주10경에다 국가지정 명승지요, 유명한 산방굴과 산방굴사, 산방덕 전설이 있는 그곳에 아무리 예술적인 ‘소나무 청동상’을 세운다 해도 그것은 갓쓰고 짚신 신고 한복바지를 입은 사람에게 양복저고리를 입히는 꼴 밖에 안 된다. 서귀포시가 동상 제작 업자의 의견만 수렴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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