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제주는 비록 작은 섬에 불과하지만 유네스코가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 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흑룡만리라 일컬어지는 제주 밭담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는 등 세계인들이 제주도를 소중히 보존해야할 중요한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과거 오랜 세월 육지와 단절되었던 우리 제주는 고유의 풍습을 간직하며 지키고 살아왔다. 하지만 항공기, 여객선을 이용한 제주 나들이가 편리해 지고 TV 등 미디어의 영향으로 제주만의 고유한 풍습이 점차 사라지고 있음은 매우 안타 까운 일이다.
여행의 목적은 다른 고장이나 나라의 낯선 풍광과 새로운 문화를 즐기기 위함이다. 제주는 서울, 부산처럼 대도시의 초고층 빌딩을 보기 위해서 찾는 곳이 아니라 제주만의 고유한 자연, 음식, 풍속 등 제주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즐기기 위해서 방문 한다. 하지만 전국 어디에서나 갈치국, 흑돼지 요리를 맛볼 수 있고 제주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야자수 나무를 부산이나 남해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한라봉 역시 육지 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어 제주만의 고유한 정취는 이제 많이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주만의 고유함을 잃어버리지 않은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제주어다. 옛 언어가 아직까지 생생하게 살아있는 제주어는 우리나라 고전문학의 살아있는 화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의 제주어는 실생활에서 어린 학생들에게서는 촌스러운 말로 치부되고 기성세대는 어르신들이 하는 제주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등 외면당하고 있다. 제주어는 유네스코가 지난 2011년 12월에 소멸위기 언어 5단계 중 4단계인 아주 심각한 위기에 처한 언어로 지정한바 있다. 이는 어쩌면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제주어의 가치를 인정하고 제주어 보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제주어를 살리고 널리 보급하기 위해서는 전문 연구 기관의 심도 있는 연구와 다방면의 노력이 있어야 하겠지만 제주도민의 한사람으로서 아주 간단한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바로 시내외 버스의 안내방송을 제주어로 하자는 것이다. 올레길의 인기와 함께 버스를 이용하는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제주어를 버스에서 체험할 수 있는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버스 정류장의 명칭은 대부분 표준말로 되어있어 목적지를 놓치는 경우는 없을 것이고 제주 고유의 지명이면 더욱 맛깔난 제주어 안내방송이 되리라 확신한다. ??다음 정류장은 어디우다 내릴 때 멩심헙써?? 등 정류장에 맞게 간단한 소개말을 제주어로 한다면 시내외 버스를 이용하는 관광객에게는 오직 제주에서만 겪을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안겨줄 것이고 학생들에게는 제주어를 학습하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1994 라는 TV 드라마에서는 배우들의 경상도 사투리를 이용한 연기가 자연스러워 경상도 사투리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레 귀에 쏙쏙 들어온다. 제주어 버스 안내방송에서 더 나아가 제주에서 촬영되는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대사의 일부를 어설픈 제주어가 아닌 제주도민의 제주어로 하여 방영하는 등 정책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제주인만의 고유한 정체성과 문화를 간직한 제주어를 널리 알리고 제주어의 중요성을 제주도민 특히 학생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