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길 때의 짜릿함, 내가 인간 한계 종목을 선택한 이유
나를 이길 때의 짜릿함, 내가 인간 한계 종목을 선택한 이유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4.0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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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찾아나선 아이들] 8. 트라이애슬론 메달리스트 꿈꾸는 제주중 오현석 군
지난 11일 제주실내수영장에서 훈련이 한창이던 오현석 군을 만났다. 초등학교 6년이던 2012년 제주시장배 트라이애슬론 동호인대회 초등부 1위를 차지하며 철인3종경기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당장의 꿈은 내년에 열리는 전국소년체전에서 좋은 기록을 내는 일. 언제가는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 문정임 기자

수영, 사이클, 달리기를 도합 51.5km 달려야 하는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완주도 힘들지만 최고 기록에 도전하는 일은 더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극한에 도전한다'는 말을 트라이애슬론에만 허락한다.

제주지역 중학생이 트라이애슬론계에 도전장을 냈다.

6학년이던 2012년, 우연히 제주시장배 트라이애슬론 동호인대회 초등부에 참여하며 '극한이 주는 쾌감'을 알게 됐다. 결과도 1위였다.

이를 알아본 제주중 이영기 감독은 지난해 제주중학교에 도내 최초로 트라이애슬론 운동부를 창단했고, 학생은 망설임 없이 특기생으로 입학했다.

▲강한 근육이 좋은 기록을

지난 11일 제주실내수영장에서 훈련 중인 오현석 군을 만났다. 이제 겨우 중2 어린 학생인데도 날렵한 몸과 근육을 갖고 있었다.

"서키트!"
훈련을 담당하는 제주중 이지열 코치의 지시가 떨어지자 선수들은 팔굽혀펴기, 복근만들기, 등배운동, 점프를 각 20회씩 쉬지 않고 반복했다.

'서키트 트레이닝'은 쉬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여 근육이 받은 열을 유지시킴으로서 운동 효율을 높이는 훈련법이다.

수영, 사이클, 달리기 종목을 모두 그 분야 선수만큼 잘 해 내야 하는 트라이애슬론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근육 전이가 빨리 이뤄지는 일'. 이지열 코치가 서키트 트레이닝을 매일 빠짐없이 시키는 이유다.

▲수영, 수영, 수영

오 군은 2012년 동호인대회 초등부 1위 쾌거에 대해 "목욕탕 수영실력으로 참여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수가 되고 보니 트라이애슬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작 수영이었다.

가장 먼저 진행되는 수영 트랙에서 선두그룹에 들지 못 하면 이후 경기에서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올림픽 코스의 1/4에 불과한 주니어 부(16~19세) 트랙에서는 더더욱 앞선 경기(수영)의 순위가 중요하다. 그래서 제주중 트라이애슬론 운동부는 수영에 가장 중점을 두고 매주 월~토요일 오후 8시까지 수영장에서 물살을 가른다.

해가 가뭇가뭇 넘어가고 훈련이 계속되자 선수들은 지쳐갔다. 동작은 흐트러졌다. 그러나 오 군은 내기라도 한 듯, 자세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했다. 오 군을 '될성부른 떡잎'으로 꼽는 이들의 평가가 '성실'에 있다는 말이 이건가 싶었다.

그러나 이런 오 군에게도 고민이 있다. 운동은 몸으로 부딪혀 감각으로 익혀야 하는데, 생각이 너무 많다는 것. 오 군은 인터뷰 중 수영 훈련 중인 한 친구를 가리키며 "특히 수영을 할 때 자유형으로 가장 빨리 400m를 주파하려면 저 친구처럼 겁 없이 물에 몸을 맡겨야 하는데 (자신은) 그렇지 못 하다"며 앳된 얼굴로 어려움을 전했다.

극기가 주는 쾌감

경기 참여는 우연이었지만 트라이애슬론 입문은 운동의 재미를 '극기'에서 찾는 오현석 군에게 운명이었다.

오 군은 운동의 기쁨을 "나를 이겨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기록을 줄이고 더 오랜 거리를 달리며 내 근육과 정신력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이 가장 즐거워요. 죽고 싶을 만큼 힘들다는 표현을 하는데 저는 그 느낌이 중독된 것처럼 좋아요"

트라이애슬론의 역사는 짧다.

우리나라에 한국연맹이 창설된 때가 1987년, 대한체육회 정식 종목으로 등록된 것은  1997년이다. 그리고 지난 해 제주중학교에 도내 첫 트라이애슬론 운동부가 창단했다.

특기생으로 입학한 오현석 군을 포함해 시작은 이제 겨우 4명. 남녕고, 신성여중 선수들이 함께 훈련을 받을 만큼 트라이애슬론에 대한 관심과 규모는 열악하지만 매일 이곳 제주실내수영장에서는 이 길을 걷는 학생들이 한발 한발 기록 단축의 순간을 향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나의 한계를 끊임없이 자문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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