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오후 2시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 중심부에 지역 임대상인들이 모였다.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등 5개 단체가 주관한 대책 없이 쫓겨나는 임차상인 읍소 프로젝트 ‘건물주님 같이 좀 삽시다’라는 명칭이 붙은 행사다.
제주도가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중국 대기업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이 지역은 ‘차 없는 거리’ 조성 전 주로 음식을 만들어 파는 맛집들이 주를 이루던 곳이었지만 '바오젠 거리' 조성 이후 중국관광객을 겨냥한 화장품가게나 옷가게 액세서리, 기념품 가게들이 많이 들어서고 있다.
최근 1년 새 이곳 점포 3곳 중 1곳 이상이 50%이상 임대료가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한 점포는 1200만원이던 임대료가 4000만원으로 인상, 233%가 올랐다.
바오젠 거리 중심부에 위치한 한 상가. 옷집과 삼겹살집, 화장품 가게 등 8개의 점포 나란히 입점해 있는 이 상가는 지난해 1월 새로운 건물주에게 넘어가면서 임차인들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건물주 자신이 화장품가게를 직접 운영 하겠다며 상가세입자를 내쫓기 시작한 것이다.
새 건물주는 상가세입자를 내쫓기 위한 방법으로 임대료 입금 계좌번호를 변경, 상가세입자에게 알려주지 않는 방식을 고안해 냈다. 건물주의 계좌번호를 알 수 없는 세입자들은 수개월동안 임대료를 송금할 수 없었고, 건물주는 임대료 연체를 이유로 명도소송을 진행, 차례로 내쫓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가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씨(여·35). 개업 후 고작 1년 만에 명도소송을 당한 김 씨는 당시 첫 아이를 임신 중이라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결국 법원의 강제집행 명령이 내려지면서 지난 3일(2차 강제 집행) 7개월 된 어린 딸과 함께 길바닥으로 내몰렸다. 개업 당시 투자했던 9000여만원의 권리금과 시설비 역시 받지 못했다.
김 씨는 최근 새벽 세차장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겹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어린 딸과 함께 기자회견장을 찾은 김씨는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이라 눈물도 나지 않았다”면서 “개업당시 융자를 받은 돈을 갚기 위해 장사를 해야 한다. 제발 장사라도 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같은 상가 내 삼겹살집은 운영 중인 강 모씨(59)역시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개업 19년차를 맞은 이 집은 제주시민이면 누구나 한번쯤 들러 소주 한 잔을 기울인 기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당시 권리금 1억원을 주고 가게를 연 강 씨는 오는 11일 예정된 최종변론기일까지 건물주와 조정이 되지 않는다면 소송에서 패소판결을 받고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같은 상가에서 화장품가게를 운영 중인 김 모씨(54) 역시 최종변론기일(25일)이 다가오고 있지만 건물주와의 조정은 어려워 보인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이선민 정책국장은 “상식적으로 일어나선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법이 건물주들의 손을 들어준 만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역시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정책국장은 그러면서 “한명의 건물주의 과도한 욕심으로 상인 8명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면서 “탐욕을 내려놓고 상생을 위한 노력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통합진보당 제주도지사 고승완 제주도지사 예비후보는 이날 논평을 통해 “중소상인들의 상가임차권·생존권 보장을 위해 바오젠 거리를 만든 우근민 지사가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고 예비후보는 “중국관광객들이 넘실대는 바오젠거리에서 제주도민의 생존권이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면서 “우근민 지사가 바오젠거리를 만든 당사자이기 때문에 사태해결에 즉각 나서라”고 주장했다.
고 예비후보는 그러면서 “제주도 상가임대차보호조례를 만들어 임차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제2의 바오젠 거리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