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년 들어 제주공직사회가 부정과 비리에 얼룩진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2012년 전국 공직자 청렴도 조사에서 제주도가 꼴찌를 했고, 지난해에도 하위권에 머무른 것만 보아도 일부 제주도 공무원들의 청렴 의식이 어떠한지를 충분히 짐작케 한다. 요 몇 년 사이 저지른 공무원 부패사건 중에도 가장 세인을 경악케 한 것은 농민 44명을 상대로 16억 원대의 사기 행각을 벌인 일이다. 단연 으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직사회에서 일어난 부정부패 사건들은 주로 일부 하위직들이 저질렀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도내 각급 행정기관의 서기관급 이상 상층부에서도 부조리(不條理) 현상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역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는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우선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진 내용들만 해도 냄새가 난다. 제주도의 어느 서기관은 2012년부터 옛 국도대체 우회도로 등 4건의 도로공사를 하면서 특정업체의 청탁을 받아 안전기준에 미달하는 충격 흡수시설 1억1000만원어치를 38개 지점에 설치해 줬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또 제주시가 종합경기장 주경기장 ‘리노베이션’ 공사 자재 납품과 관련해서도 특정업체에 특혜를 준 사실을 밝혀냈다.
한 전직 고위공무원은 제주도 국장 시절, 434억 원이 투입된 서귀포시 종합문예회관 건축 당시 특정 업체가 하도급을 받을 수 있도록 압박을 가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금품 수수 여부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심지어 현직 제주도 농업기술원장의 경우는 소속 직원이 농민들을 상대로 16억 원대의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 됐다는 것이다. 제주도 투자유치 자문관인 김영택씨는 애월읍에 조성하려던 ‘판타스틱 아트시티’ 사업 인허가와 관련, 업자로부터 20억 원의 뒷돈을 받았다가 최근 검찰에 구속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인허가 기관인 제주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더욱 한심한 것은 지난 7일 제주도 산하 기관장이 술집 주인을 폭행한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 됐다는 사실이다
제주도 공직사회의 비리와 부조리는 하위직에만 머물지 않고 고위층에도 번지고 있는 것 같다. 이를 뿌리 뽑으려면 감사기구는 물론, 검-경 등 수사기관까지 서로 협력, 제주 공직사회에 일대 정화작업을 벌여야 한다. 윗물이 맑지 않고는 결코 아랫물도 맑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