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아름답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 제주타임스
  • 승인 200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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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것보다 작은 것이 야무지고 효율적이다. 큰 도시보다 작은 도시가 평화롭게 느껴지고, 교통과 쓰레기 문제도 덜하다.
기술력을 말할 때, 누가 더 작게 만드느냐가 관건이 되는 사회가 되었다. 큰길을 걸을 때보다 작은 길을 걸을 때 낭만이 넘친다. 작은 공간에서 깊은 생각이 생기고 위대한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우주에 그 많은 별들의 꽉 참, 그것은 작아서 가능하다. 수정란은 작아야만 클 수 있고, 새로운 탄생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작으면 사랑 받을 수 있고, 순수하고, 무한한 가능성이 열린다. 그래서 작은 것이 더욱 아름답다.

 경제학자 프리츠 슈마허는 일찍이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설파하였다. 작은 것이 자유롭고, 창조적이고, 효율적이라, 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큰 것만을 추구하면서, 큰 학교를, 큰 회사를, 큰 단체를 선호하고, 우리 나라가 모든 면에서 대국이 되기를 소망하며 살아왔는지 모른다.

제주인은 늘 업신여김을 당하면서, 자유롭고, 창조적이고, 효율적인 행정에는 뒷짐을 지면서, 제주도가 차지하는 1%의 점유율에 고개를 저어왔다.
제주공동체가 유지될 정도의 작은 규모의 경제만이 영속적이며, 인간적일 때 정말 희망이 보이는 것이 아닐까.

  슈마허가 바로 그 해답을 내려주고 있다.
그는 자본주의건 사회주의건 무한정 뻗어나가려는 생산력주의를 반대하고, 작은 공동체가 유지될 정도의 작은 규모의 경제만이 영속적이며 또한 인간적이라고 말한다.
자본주의를 아주 허물어져 없어지게 하자는 주장보다, 규모를 적정 수준에서 멈추자는 주장이 더 강력하게 들린다.

그는 특히 불교경제학에 관심을 보였다. 자본주의는 소비를 극대화함으로써 만족을 구하려 하지만, 불교에서는 적정한 소비를 통해 만족을 극대화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욕망이란 부풀리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것이라서,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과 소비를 무한정 확대시키다 보면 필연적으로 자원고갈과 함께 생태계의 파괴로 귀결하고야 만다. 그는 이미 현실로 다가온 생태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경제학 입문서를 우리에게 선물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자본주의 시장은, 큰 것이 아름답다는 철칙을 숭배하는 사회다. 작은 것이 큰 것을 넘어서는 일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미국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미국식 자본주의 시장에서 초대형 기업의 합병은 주식시장에서 주가를 올리는 방편으로 일반화되고 있다. 그 결과는 노동자에게는 삶의 포기를 종용하는 해고 통지로 돌아오지만, 항변 한 마디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 자본주의 사회이다.

 유럽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부진에서 헤매고 있는 동안, 스페인과 폴란드가 남부 유럽과 동유럽을 대표하는 새로운 신흥 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아일랜드, 핀란드,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등 작은 나라들은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핀란드 1위, 네덜란드 8위, 스웨덴 9위, 아일랜드 11위에 랭크되었다.
정보통신지수 조사에서도 스웨덴 1위, 핀란드 3위, 네덜란드 7위를 기록하고 있다.

작은 나라들이, 작은 것이 아름다움을 증명하고 있는 너무나 아름다운 실례들이다.
그렇다면 제주야말로, 작은 것일 수밖에 없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갗라는 소설에서처럼, 사회는 끊임없이 더 큰 땅을 차지하려 하고 있지만, 결국 주인공이 차지한 땅은 자기가 누울 만큼의 묘지였다.

김 관 후 북제주문화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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